한문화 컨퍼런스


 
  인류 창세사를 다시 쓰게 한 홍산문화
  
 작성자 : 이강산
작성일 : 2020-01-02     조회 : 746  
인류 창세사를 다시 쓰게 한 홍산문화(1)

◉동북아의 여러 신석기 문화
130년에 걸친 이라크 지역의 유적 발굴을 통해 서양 문명의 뿌리인 수메르 문명이 세상에 드러난 것에 필적하는, 20세기 동북아 최대의 발굴 사건이 있다. 요서 지역(발해연안 지역)의 신석기·청동기 문화 발굴이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인 에밀 리쌍이 1922년부터 1924년 사이에 내몽골 적봉 지역에서 신석기 유적지 22곳을 발견한 이래, 21세기인 지금까지도 발굴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2006년 6월에도 거대 유적지가 발굴되었다. 내몽골 적봉시 오한기敖漢旗의 초모산草帽山 유적지에서 5,500년 전 적석총군이 발견되었다(중국 CCTV 보도 내용, 2006.6.10).
   
요서에서 발견된 가장 오랜 신석기 문화는 8,5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소하서 문화이다. 현지인조차 길을 찾지 못하는 오지에 위치한 소하서 유적은 당국의 문화재 신고 정책에 따라 주민이 신고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중국은 이 문화를 ‘인류 최고最古의 신석기 문화’라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소하서 유적은 7,000~8,000년 전에 만들어진 발해 연안 빗살무늬토기와 그 연대가 일치한다. 발해 연안 빗살무늬토기는 그 재질과 모양이 만주와 한반도에서 출토되는 빗살무늬토기와 같은 계통이다. 이것은 소하서 문명의 주인공과 동방 한민족의 강한 연관성을 보여 준다.
   
요서의 여러 신석기 문화 가운데 홍산문화는 세간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요령성 조양시 건평建平현과 능원凌源현의 접경지역에서 번창했던 홍산문화는 신석기 말기의 문화로 ‘석기와 청동기를 섞어 사용한 BCE 4700~ BCE 2900년경의 문명’이다. 하가점 하층에서는 BCE 2400~BCE 1500년에 걸쳐 농경집단의 청동기 문화가 나타났다. 이 하층에서 비파형 청동검이 나왔는데, 그것은 청동기 문화의 대표적 유물로¼ 만주와 한반도에¼ 발굴된 청동검과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하가점 하층문화는 고조선 문화이고, 하가점 지역은 고조선의 영역인 것이다.
이처럼 문헌 기록으로 보나 유물로 보나, 고조선은 한반도에서 요서에 이르는 드넓은 땅을 차지한 동북아시아의 대국이었다. 
   
1954년에 중국 학자 인다尹達는, 철광석으로 뒤덮여 산 전체가 붉게 보이는 ‘홍산紅山’에서 이름을 따서 이 문화를 ‘홍산문화’라 명명하였다. 이형구는 홍산문화를 ‘발해연안문명’으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발해연안이란 발해를 둘러싸고 있는 산동반도, 요동반도, 한반도를 말한다. 세계 4대문명과 마찬가지로 이 문명은 북위 30~45°에서 발생하였다. 그는 “지중해 문명(지중해를 둘러싸고 태동한 이집트 문명, 에게 문명, 그리스로마 문명)이 서양 문명에 자양분을 공급했듯이, 동이족이 발해연안에서 창조한 문명은 중국은 물론 만주, 한반도, 일본의 고대 문명을 일궈 내는 젖줄이었다”라고 밝혔다. 
   
◉ 고대국가의 기틀인 총塚·묘廟·단壇이 모두 나타나는 홍산문화
홍산문화는 1979년 객좌현 동산취촌東産嘴村 발굴과 1983년 그 인근 우하량촌牛河梁村 발굴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동산취에서 엄청난 제사 유적이 발견되고, 우하량에서 돌무덤[塚], 신전[廟], 제단[壇]이 한꺼번에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이형구 교수는 총·묘·단을 인류의 정신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3요소라 한다. 이 3요소가 모두 나온 것은 다른 신석기 문화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모습이었다.

우하량의 16개 유적지 가운데 13곳이 돌무덤, 즉 적석총 유적지이다. 적석총은 고대로부터 삼국 시대 때까지 계속 나타나는 동이족의 대표적 묘제墓制로 황하지역의 화하족 문명권에서는 전혀 출토되지 않은 것이다. 충적층 지대인 황하 지역에 살던 화하족(중국 한족의 조상)은 땅에 구덩이를 파고 직접 주검을 묻거나 관을 묻는 형식의 널무덤(토광묘土壙墓)을 지었고, 산악과 평지가 공존하는 요서 지역에 살던 동이족은 주로 돌무덤을 지었다. 우하량의 돌무덤은 약 5,500년에서 5,000년경 전에 조성된 것이라 한다. 한반도에서 발견되는 돌무덤은 BCE 2000~BCE 1500년경의 것이다. 이에 대해 이형구 교수는 요서 지역 사람들이 한반도로 이동했거나 요서 문화가 한반도에 전파된 결과라고 한다. 그리고 ‘적석총, 석관묘 등의 돌무덤이 시베리아에서 기원되었다’고 말하는 강단사학계의 학설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요서의 돌무덤이 시베리아 것보다 1,500년을 앞서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한민족은 시베리아보다 요서 지역과 문화적으로 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하고, 돌무덤 문제만으로도 우리 민족과 문화의 기원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BCE 4천 년대에 요서에서 돌무덤을 짓고 문명을 일군 동이족은 바로 배달의 백성이다.
   
우하량의 여러 적석총 무덤 중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제2지점의 방형 적석총이다. ‘중심에 큰 적석총(돌무지무덤)’과 그것을 에워싼 ‘27기의 석관묘(돌널무덤)’로 이루어져 있다. 최고 통치자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중앙 대묘를 주변의 작은 무덤들이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덤 양식은 홍산인들이 이미 씨족사회를 넘어서 계급이 분화된 국가 단계의 문명을 누렸음을 시사한다.
이 대형 무덤군의 바로 옆 자리에서 원형으로 쌓은 적석총도 함께 발굴되었다. 조사 결과, 원형 적석총은 원래 최하단의 직경이 22m에 달하는 3단 높이로 지어진 것이었다. 일반적인 돌무덤의 양식과 다른 이 건축물의 용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중국 학자들은 이 적석총의 용도에 대한 실마리를 명·청의 황제들이 천제를 지내던 북경 천단공원에서 찾았다. 그곳 원구단이 우하량 적석총과 동일한 형태의 원형 3단이기 때문이다. 우하량 적석총도 천단공원의 원구단과 마찬가지로 삼신상제님께 천제를 올릴 때 사용하는 제단으로 지어진 것이다. 우하량 제2지점의 이 원형 제단이 홍산인의 정신문화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요소인 단壇을 대표한다.
   
각 층의 둘레를 따라 늘여 세워진 원통형 토기 또한 이 원형 건축물이 제단이었음을 말해 준다. 요령성 조양시의 덕보박물관 왕동리王冬力 관장은 이 독특한 토기에 대해 “토기의 위쪽에 덮개가 없고 아래쪽에 바닥이 없는 것은 천지가 하나로 통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제사장은 제단의 주변에 원통형 토기를 둘러 세워 하늘과 통하는 소통로를 만들었다”라고 해석한다.
   
방형으로 짜여진 대형 무덤군과 천제를 올리던 제단을 함께 갖춘 우하량 제2지점 유적은 또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 전체 구조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방정하다’는 동양의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을 표현한다는 사실이다. 천원지방은 ‘아버지 하늘의 정신은 둥글고, 어머니 땅의 정신은 방정하다’로 해석된다. 천원지방 사상이 일본으로 전해져 전방후원형(앞쪽은 네모나고 뒤쪽은 원형인 형태) 무덤의 형태로 나타났다 천원지방 구조는 배달 시대 이후 고조선 때 지은 강화도 마리산의 참성단, 명나라 때 지은 북경의 환구단, 조선 말기에 고종 황제가 세운 원구단 등 제천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5,500년 전에 배달 동이족이 세운 우하량 제단은 동북아 제천단의 원형이고, 나아가 배달의 천제 문화는 동북아 천제 문화의 뿌리인 것이다. 
   
홍산문화를 일군 배달 동이족의 놀라운 수준을 보여 주는 셋째 요소인 신전(廟)은 우하량 제1지점에서 발굴되었다. 그런데 신전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여신이었다. 이형구는 홍산인들이 여신을 모신 사당을 지어 지모신地母神에게 제사 지냄으로써 풍년과 다산多産을 기원했다고 말한다. 여신묘가 상당히 좁은 것으로 보아,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 특권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전에 들어가 제를 지낸 이는 제정일치의 고대 사회에서 하늘과 인간을 이어 주는 중매자 구실을 한 정치적, 종교적 수장으로 단 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총·묘·단이 모두 나타나는 우하량은 홍산인의 성지였고 제정일치 시대였던 당시에 임금이 하늘과 소통하던 곳이었다. 한마디로 우하량은 당시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이러한 점은 우하량이 동서 10km, 남북 5km에 걸쳐 있는 홍산문화 유적지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곰을 숭상한 홍산인
그런데 반지하식 구조로 지은 우하량의 여신묘 터에서 여신상과 함께, 홍산인의 토템 신앙을 보여주는 곰 소조상과 새 소조상이 발굴되었다. 곰 소조상은 여신묘의 주실主室에서, 새 소조상은 북실北室에서 출토되었다. 곰토템과 난생설화는 한반도와 북방유목민족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삼국유사에서 이야기하는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신화로 알고 있었는데 홍산유적에서 웅녀여신상과 곰발바닥 옥웅룡 등이 발굴 된 것이다. 마치 고대 그리스의 트로이의 목마신화가 1870년대 트로이 유적지가 발굴되면서 역사적 사실로 드러났던 것과 같이 마찬가지로 말이다. 
   
우하량뿐 아니라 광범위한 인근 지역에서 ‘옥으로 만든 곰·용 혼합 형태의 형상물[玉熊龍]’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당시에 곰 토템이 아주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홍산문화 유적지 전체에서 발굴된 옥기 가운데 웅룡熊龍이 상당히 많은데, 이것은 주로 죽은 자의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 가슴팍에는 가장 등급이 높은 옥기가 놓인다는 점에서 곰을 얼마나 신성시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여러 적석총 무덤에서 새 모양의 옥기가 출토되었는데 이것은 홍산인이 새 토템 신앙도 하였음을 보여 준다. 현재도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전역과 일본 등에도 이 새를 토템으로 하는 솟대문화가 광범위하게 남아있다.
   
여신을 모시고 곰과 새를 신성시한 홍산인을 환단 시대의 배달 동이족과 연관지을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건을 『환단고기』에서 전하고 있다. 바로 배달이 세워진 직후, 호족과 웅족이 환웅천황을 찾아와 환족으로 교화되기를 청한 사건이다. 호족은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남권 중심의 사나운 부족이고, 웅족은 곰을 토템으로 하는 여권 중심의 우매한 부족이었다. 삼신의 도를 깨쳐 광명 인간이 되기 위해 두 부족은 일체의 활동을 금하고 수행 공부에 들어갔다. 하지만 호족은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었고 웅족은 굶주림과 추위 속에 무사히 수행을 마치고 환족이 되었다. 
이처럼 요서 지역의 유물과 『환단고기』가 밝히는 내용을 종합해서 볼 때, 홍산문화는 환단(환국과 배달)의 문화로 볼 수밖에 없다.

#김남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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