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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 사회주의의 한계]

수많은 인류의 피를 먹으며 자라온 것이 서양역사이며, 이르는 곳마다 파괴와 증오를 남기고 발닿는 곳마다 타락과 범죄를 파종하는 것이 서양사회로 이제 자기분열의 접경에 와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서양사회의 또 한 측면, 즉 마르크스의 사회역사발전5단계설에 기초해 볼 때 그 마지막 단계를 경과하고 있는 사회주의 나라들에 대해 살펴보자.

식민지에서 약탈해온 물품들이 유럽의 항구마다 수없이 쌓여가고, 자본가들은 그러한 식민지의 자원과 피맺힌 노동의 열매들을 자신들의 수중에 집중하면서 거대한 자본을 축적해 가고 있을 무렵 마르크스는 자신의 혁명사상을 유럽인들에게 제시했다. 당시 유럽에서 풍미하던 극단적인 방법론들을 발전시켜 '사적유물론'을 주장함으로써 자본주의 멸망의 필연성과 과학적 사회주의에로의 이행을 명확히 한 것이다. 마르크스는 유럽의 노동자운동에도 실천적으로 관여하여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역할을 설파하였고, 만년에 이르러서는 식민지의 원한이 담긴 약탈물들이 넘쳐나던 대영제국의 도서관에서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집대성한 '자본론'을 저술하였다. 마르크스의 이러한 노력으로 그동안 반인간적 수탈과 고통 속에 신음하던 유럽의 노동자들은 새로운 사회건설에 대한 뚜렷한 전망과 신념을 갖게 되었으며, 자신들의 운동을 한 단계 높이 발전시켜 갈 수 있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탁월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당시 동양이나 미대륙 등의 해외식민지로부터 약탈하여 들어오는 엄청난 유물들 그리고 그 사회들의 역사와 철학에는 시종 눈이 흐려 있었으며, 서양의 자료들을 기본바탕으로 하여 영국의 자본주의만을 사회발전의 전형적 모델로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마르크스는 동양과 미대륙을 미개한 상태로 규정하였고 한술 더 떠서 유럽역사의 미개한 시대와 당시의 비유럽을 일치시키려 하였다. 결국 비유럽 지역에 관한한 마르크스는 제국주의자들의 관점과 일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마르크스주의는 서양중심의 세계관과 혁명관이라는 본성을 지울 수 없게 되었으며, 서양 제국주의자들에게 많은 재부를 빼앗기고, 심지어 인민들이 멸절될 정도로 피해를 입은 해외 식민지 나라들은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해 자기 혁명을 진행시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마르크스주의는 이렇듯 유럽중심의 세계관과 혁명관이었으므로 유럽의 지식인과 노동자계급에 무섭게 파급되어졌으며,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제국주의 세력에 편승한 유럽 노동당들의 이론적 무기로 되었다. 마르크스주의로 무장했던 유럽의 노동당들은 제국주의와 타협하여 유럽의 노동자들을 해외식민지 분할 전쟁인 제1차세계대전의 참전에로 몰고 갔으며, 유럽 노동자들을 제국주의가 나누어 주는 약탈물이나 받아먹으며 생활하도록 길들였다.

유럽중심의 역사를 제국주의자들과는 다른 한편에서 추동해 가던 마르크스주의는 이후 레닌에 의해 계승 발전되어, 후진제국주의였던 러시아에서 현실화되었다. 당시 러시아혁명은 러일전쟁에 패배하여 약화될대로 약화된 러시아 왕정의 붕괴 속에서 시작되었다. 노동자와 농노적 농민들에 의한 러시아 혁명의 성공은, 계속되던 분열과 혼란 속에서 좌절하여 무력감에 빠져 있던 레닌과 그 추종자들로 하여금 기사회생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러시아 노동대중의 헌신적 투쟁으로 인해 레닌주의자들은 정권을 장악할 수 있었으며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소련)을 건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생겨난 소련에서 노동자, 농민의 사회경제적 처지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레닌 사망 후 정권을 장악한 스탈린은 그동안 자신과 노동자계급을 멸시하였던 많은 지식인들과 이들의 추종자들을 처단하고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소련사회는 심각한 관료주의의 폐단을 안게 되었다.

또한 유럽중심적 관점과 패권주의적 입장을 견지하던 마르크스 레닌주의자들은 민족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표방하였음에도, 실상은 많은 동양계 종족을 병합함으로써 자국내에서 종족분쟁이 끊이지 않게 하였고, 특히 항일투쟁을 전개하던 조선족 수백명을 일본제국주의자들과 야합하여 단기 4254년(서양기원 1921년) 알렉셰프스키(일명 자유시)에서 대량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혁명방식을 많은 국가들에 강요하였으며, 자신들의 방법으로 세계혁명을 이끌어나가려고 시도하였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무모한 도시봉기를 유발시켜 수많은 중국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으며, 조선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의 항일전선에 심각한 지장을 주었다. 그 이후 이러한 소련방식의 혁명은 지구상의 단 한 나라에서도 실현된 적이 없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서양의 제국주의 세력들은 크게 약화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전후에는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생성되어, 일약 사회주의 세계체제를 이루게 되었다. 사회주의 국가의 대거 출현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많이 극복하게 했으며, 자국내 노동자, 농민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켰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소련은 전후 생겨난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에게 종주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이 나라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유발시켰다. 이는 쌍방의 국가이익에 기초해 전개된 '중, 소 이념논쟁'으로 표면화되기도 하였다. 또한 동구권의 많은 국가들도 소련의 패권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흘리는 투쟁을 전개하였으며, 몇몇 국가들은 자신들의 자주노선을 관철시켜 내었다.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환상에 빠진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 이후로도 권력기반 확보와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은 계속 심화되어 소위 사회주의 형제나라, 형제당 간의 갈등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베트남을 침공하는가 하면 소련을 미국보다 우선하는 적으로 몰아부쳤으며, 동구권의 탈소련화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바, 서유럽의 공산당들은 이미 소련식(정통 마르크스 레닌식)의 혁명방식과 사회주의 건설노선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문제는 서로간의 갈등으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초기 사회주의의 공동적 소유와 계획경제는 사회의 발전을 진전시켰으며, 이전의 사회 속에서 신음하던 노동자의 정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켰다. 그러나 반면 사회주의국가는 관료주의의 비대화와 당에 의한 지나친 간섭과 계획성으로, 노동의욕은 저하되고, 생산성은 떨어지며,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어려움에 직면하였다. 이에따라 사회주의 국가들은 마르크스 레닌식의 사회주의 개념 및 건설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변혁의 국면들을 열어나갔다.

글 : 천지자연의 법 유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