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와 한철학 6]
화쟁和諍은 홍익사상弘益思想의 핵심 이론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바꾸려는 불교사상' 사전적 개념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불교 교단내의 대승의 보살계에서 승단의 화합만을 위한 계율로만 보는 경향도 있으나 이는 원효스님이 보살의 십중대계 중 자찬회타계를 범하는 것을 가장 큰 허물로 보고 승단의 불화합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므로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 한 것을두고 말하는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몸으로 화합함이니 함께 머물러라(身和共住), 입으로 화합함이니 다투지 말라(口和無諍),
뜻으로 화합함이니 함께 일하라(意和同事), 계로써 화합함이니 함께 닦아라(戒和同修), 바른 지견(知見)으로 화합함이니 함께 해탈하라(見知同解), 이익으로써 화합함이니 균등하게 나누어라(利和同均) 등이다.
이것은 '업의 닦음' 즉 수행으로 승화시키고자하는 좀 더 원천적 불교 교리로써의 목적이 내재되어 있다.
결국 승단의 분열과 논쟁을 막겠다는 본연의 목적외에 교리로써의 화쟁이 '필요해진것'으로 보여진다.
교리의 화쟁은 우리나라 불교만의 큰 특징이다. 즉 대승적이든 소승계든 '공부'에 끝없는 욕구를가진 민족성에 큰 틀의 개념정리가 필요한 상태의 (시대적)현상이었던 만큼 원효스님의 판단은 적절했다 볼 수 있다.
화쟁의 개념은 원효스님 이전부터 우리나라 불교가 중국과는 성격이 다르게 변해가는 싯점에서 원광圓光이나 자장慈藏 스님으로부터 개념이 정리되어 온 것이었다. 즉 무쟁無諍에 뜻을 둔 결과라 하겠다.
막연한 무쟁으로부터 원효스님은 화쟁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멸쟁滅諍을 구상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찌 행하지않고 무쟁이 있겠는가? 많은 글을 썼지만 문자나 형식에 사로잡혀서는 안 됨을 강조하는 한편,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깊은 철학과 함께 항상 중생을 구제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평등 가운데 차별이 있으며 차별 가운데 평등이 있다는 화엄華嚴의 사상을 쉽게 풀이한 '무애가無碍歌'를 지어 뭇 사람의 관심을 끄는 가운데, 복성거사를 자처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큰 표주박을 두드리면서 노래하며 이 거리 저 마을에 나타남으로써 불교를 생활화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평화와 화합이 깃들인 (당시의)신라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던 원효는 대중과 함께 살고 고락을 같이하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더 많은 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에 마음을 기울였던 것이다.
화쟁의 원리에 입각하여 행동하였던 원효스님은 저술활동에 있어서도 화쟁사상의 천명에 큰 힘을 기울였다.
불교사상에 관한 것이라면 대승·소승을 막론하고 무엇이든 읽고 연구하면서 사색과 체험을 통하여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그 이해한 바를 남김 없이 글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경전마다 종요宗要를 지어 그 경전의 특징적인 요지와 함께 다른 경전과도 서로 화합할 수 있는 화쟁의 원리까지 제시하였다.
불교의 이론은 대체로 연기론緣起論과 실상론實相論의 둘을 바탕으로 해서 무궁무진하게 전개되어 인도에서는 부파部派를, 중국에서는 많은 종파가 성립되어 각각의 종지宗旨를 고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그런데 원효스님은 그 어느 교설이나 학설을 고집하지도 버리지도 않았다.
그는 언제나 분석하고 비판하고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논리를 융합하여 보다 높은 차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
모순과 대립을 한 체계 속에 하나로 묶어 담은 이 기본구조를 가리켜 그는 ‘화쟁和諍’이라 하였다.
통일, 화합, 평화는 바로 이와 같은 정리와 종합에서 온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기도 하였다.
화쟁은 스님의 모든 저서 속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기본적인 논리이다.
마치 바람 때문에 고요한 바다에 파도가 일어나지만 그 파도와 바닷물이 따로 둘이 아닌 것처럼, 중생의 일심에도 깨달음의 경지인 진여眞如와 그렇지 못한 무명無明이 둘로 분열되고는 있으나, 그 진여와 무명이 따로 둘이 아니라 하여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에서 화쟁의 원리를 제시하였다.
또한 '열반경涅槃經'에서는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성질을 지니고 있으므로 다같이 성불成佛할 수 있다고 하는 한편, 악한 짓만을 일삼는 무리인 일천제一闡提는 성불할 수 없다고 설하였다.
중국의 법상종法相宗이 일천제의 성불을 영원히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반하여, 원효스님은 폭을 넓혀 마음의 핵심인 아뢰야식阿賴耶識에는 본시 부처가 될 요소인 무루종자無漏種子가 있는 것이라 함으로써, '열반경종요'에서는 일천제도 성불시키는 화쟁의 솜씨를 보였다.
원효스님이 화쟁에 자주 사용한 방법의 하나는 차원 높은 은밀문隱密門과 보다 차원이 낮은 현료문顯了門의 두 문을 설정하는 일이었다.
불교수행에 있어서 근본적인 장애를 가져오는 소지장所知障과 번뇌장煩惱障등 이장을 끊는 일은 매우 중요하므로 '대승기신론'과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에서도 다같이 이 문제를 다루었지만 그 견해는 서로 달리하고 있다.
이에 원효스님은 '이장의二障義'를 지어 대승기신론과 유가사지론의 두 논설을 각각 현료문과 은밀문으로 설정하고, 현료문에 의해서는 은밀문의 소지장을 설명할 수 없어도 현료문의 이장은 번뇌장을 가지고 능히 설명된다고 함으로써 두 논설을 하나로 묶었다.
스님이 주창한 화쟁사상의 근본원리는 인간세상의 화和와 쟁諍이라는 양면성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화쟁은 화와 쟁을 정正과 반反에 두고 그 사이에서 타협함으로써 이루어지는 합合이 아니라, 정과 반이 대립할 때 오히려 정과 반이 가지고 있는 근원을 꿰뚫어보아 이 둘이 불이不二라는 것을 체득함으로써 쟁도 화로 동화시켜 나간다.
천차만별의 현상적인 쟁의 상태도 그 근원에서 보면 하나로 화하는 상태에 있을 뿐임을 체득한 원효스님은 이 원리에 따라 진망眞妄, 염정染淨, 이사理事, 공유空有, 미오迷悟, 인과因果등을 불이의 화쟁론으로 전개시킨 것이다.
이와 같은 원효스님의 화쟁사상은 이후의 우리 나라 승려들에 의하여 계승되었음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의 불교계에 큰 영향을 주게된다.
글 : 배달문화원 임보환 원장
출처 : 참환역사신문(http://www.ichn.kr) 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