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답사길에 올라본다.
이번 목적지 장흥 천관산은 수십 개의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있는 것이 마치 천자의 면류관과 같아 천관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한다.
신라 김유신과 사랑한 천관녀가 숨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는 천관산..
우리가 맨처음 향하는 곳은 천관산 자락에 위치한 성전이다.
성전에 도착하고 보니 조용한 시골마을이지만 고요함 속에 흐르는 강인함이 느껴지는 것이 성전 앞에 펼쳐져있는 천관산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이장님의 말씀으로는 주봉인 연대봉이 이 곳 천주궁내 천부전과 직선 거리라고 한다. 천관산 주봉인 연대봉을 이 곳 천주궁에서는 천기단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천주궁 앞 마당에 서있는 것만으로 머릿골 깊숙한 곳까지 시리도록 맑아지는 것 같다.
천부전내에 들어서니 좁은 문 뒤로 커다란 세상이 펼쳐진 듯한 분위기다.
우선 향을 피우고 예를 갖춘다.
원방각이 그려진 북과 삼일신고
무심결에 손가락을 튕기며 쳐본 청명한 북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린다.
시간이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해 보고 싶은 병풍이다.
하나 하나 손으로 써내려간 내용만 보아도 상당한 정성과 마음이 담긴거 같아 삼일신고 못지않게 관심이 간다.
천부전을 나와 마당에서 이장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천주궁 보살님께서 팥죽을 함께 먹자 하신다.
이 곳에서 직접 농사지은 팥으로 끓여주신 팥죽을 맛나게 먹으며 또 대화를 나누었다.
보살님 팥죽 잘 먹었습니다...^^
천주궁 앞 석불이 있다고 해서 향하는 중 당산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 두 그루가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이장님 말씀으로는 일제시대에 일본군이 나무가 멋지다고 해서 파갈려고 하다가 마을사람들의 반대로 지금껏 이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전 태풍으로 부러져서 나무 한 쪽이 상실되어 있어서 안타까웠다.
일명 대덕 연지리 왕비사당 석불이라는 이 석불은 장흥군 향토 문화유산 제 13호로 마을 뒤 구룡목의 관죽전에 있던 것을 1915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 모시고 있다는데 마을사람들은 왕비사당이라고 부른다.
이후 안내문을 참고로 기록에 남긴다.
석불은 하나의 화강석에 배 모양의 광배를 갖추고, 그 위에 불상을 돋 새겼다. 불상의 가슴 이하가 시멘트로 묻혀있어 전체적으로 입상인지 좌상인지 현재는 파악 할 수 없다. 현재의 높이는 110cm이다. 불상의 얼굴은 상후하박형의 갸름한 얼굴에 이목구비는 뚜렷하지 않으나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놓은 육계와 소발머리를 하였다. 목에는 삼도가 가볍게 보인다. 법의는 통견으로 거이 수직처리 되었고, 왼손은 보이지 않으나 오른손은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있는 미타정인을 취하고 있다. 한편 이 석불은 1747년도에 간행된 "장흥읍지 대흥방 고적조"에 연지대 석상은 연지제방에 있다. 석상은 '연지각씨'라 부르고 "호胡나라 알씨 형상閼氏象이라 전해온다"라고 기록이 전하며, 이 곳 마을주민들이 매년 정월보름이면 이 상을 중심으로 당산제를 지내오고 있다. 이 석물이 보여주는 전체적인 형식에서 조선시대의 작품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전래설화와 연계하고, 주민들의 민속적 신앙을 배제할 수 없는 불교문화와 민속문화를 연구하는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큰 유물이다.
왕비사당 석불을 뒤로하고 천주궁 뒤 오르막길을 거슬러 오르면 처음 석불이 출토되었다는 곳에 도달하게 된다.
이장님의 말씀으로는 고인돌 인근에서 석불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고인돌이 주변에 있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넓은 평원인 이곳에서 출토되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컨데 석불이라 불려질 이전의 토속적인 개념이 담긴 것은 아닐까 한다.
이를테면 제주도의 할망당신 같은 개념이나 고당할매나 삼신할매 같은 개념 말이다.
주변에 살고 있는 강아지 형제가 우리 일행의 발치에서 뱅뱅도는 모습이 귀여워 한 컷!!
천관산은 추후 일정을 다시 잡아 답사키로 하고 우선 주변을 둘러보았다.
참으로 기골이 장대하고 가을의 풍광이 멋들어진 산이다.
이장님께서 길을 가다 멈추고 가리키는 곳을 보니 멀리 부처상이라 칭하는 바위가 보인다.
이 곳이 포토존인가 보다. 안내판까지 설치되어 있다.
안내판에는 부처바위라고 명칭되어 있지만 이러한 부분들도 시대가 흐르면서 바뀌어 왔을터...
부처바위 이전에는 뭐라 칭하였는지 찾아서 개념지어 놓아야 할 것이다.
천주궁으로 돌아와 다음 행선지를 향하려고 보니 이장님께서 갖 놓은 달걀을 닭장에서 꺼내와서 주신다.
천관산의 인심이 가슴 가득히 따뜻함으로 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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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궁 : 전남 장흥군 대덕읍 연동길 27
왕비사당 석불 : 장흥군 대덕읍 연지리(연동) 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