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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혁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작성자 : 배달문화원
작성일 : 2021-01-20     조회 : 6,313  

3. 혁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혁명(革命)이란 죽은 가죽(革)을 뚫고 새 목숨(命)이 탄생하는 것이다. 세계사 속에는 혁명이라는 이름의 무수한 사변들이 있어 왔다. 즉 사회적 변혁이란 건강하고 활기차게 전진하는 시점에서가 아니라 기필코 무엇인가의 수를 내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서 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혁명이라 이름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백년전 이 땅에서는 대규모 농민혁명이 시도되었다. 비록 수십만명의 사상자를 내고 일제와 관군에 의해 억압되었지만 사회변혁의 열망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남아 의병투쟁과 3.1혁명운동으로 나타났고 계속되는 항일혁명전쟁으로 이어졌다. 또한 해방 직후 전국을 뒤끓게 했던 총파업과 무장봉기 등도 혁명이라는 이름 하에 진행되었다. 6.25도 북한에서는 조국해방전쟁이라 이름하여 혁명적 성격을 부각시켰다. 이후 4.19혁명이라는 시민혁명적 성격의 대규모 반정부 궐기가 있었고 뒤따라 나타난 5.16쿠데타 세력도 자신들의 거사를 군사혁명이라 이름하였다.

이러한 전통의 바탕 위에서 광주항쟁 이후 청년학생들 간에 사회주의적 혁명관이 본격적으로 대두되어 끝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었다. 사회주의 혁명이 눈앞에 닥친듯한 유인물들이 홍수를 이루고 혁명전략과 전술에 관한 지침들이 유포되었다. 이 덕분으로 그동안 남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논의되던 혁명은 어두운 골방에서 해방되어 밝은 태양아래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대학가의 술집에서는 '적기가'를 비롯한 혁명가가 합창되고 기천원짜리 책에서도 혁명은 수십 수백개가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숨죽이며 몰래 읊조리던 혁명은 지나간 시대의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어딘지 모를 곳에서 혁명선언은 채택되고 대학가는 혁명광장, 해방구가 되었다. 공장은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의 실험장, 러시아 혁명의 연극무대가 되었다. 

혁명은 수많은 진보적 청년학생지식인들로 하여금 자기 존재에 대한 희열로 눈물나게 하였다. 혁명을 위해 찢어지는 아픔도 겪어야 했고 헤어짐을 숙달시키게도 했다. 혁명은 혁명을 위해 혁명에 반하는 동료들을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처박게 하는 것으로도 되었다. 혁명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인간드라마처럼 펼쳐졌다.

이리하여 한국에서 러시아혁명의 연습은 완료되고 이제 조국통일혁명의 기치가 찬연히 타올랐다. 이에 따라 혁명지도자들의 장식과 소도구도 수없이 바뀌었다. 어제의 지도자는 경제주의자가 되고 오늘의 지도자는 종파주의자가 되고 내일의 지도자는 교조주의자가 되었다.

노동자 물말아먹는 전술의 채택, 조직파괴전술의 구사, 한달에 한번씩 혁명전략의 교체, 반년에 한번씩 세계관의 개혁, 일년에 한번씩 혁명정당의 건설 등이 이루어졌다. 노동현장은 수많은 혁명가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바닷가 모래사장이 되었다. 노동해방을 외치던 혁명가들은 임무가 끝나자 후배 혁명가들을 끌어들여 놓고 사라져들 갔다.

노동자의 행사장마다에서
미대륙을 피로 물들인
제국주의의 찬송가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을 
입과 입으로 연주하며
신명나던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교체된 시다 혁명가들은
또 얼마나 설치다가
후배들을 끌어다 밀어놓고
썰물처럼 달아날 것인가

혁명을 선언하고
죽기를 맹세하고
몇 분만에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노동자의 가슴에
혁명을 심어놓고
그대들 혁명가는
반동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노동자는 지켜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밀려온
한 떼거리 히피족들의
난무를 보았고
가장무도회로 지쳐 쓰러진 새벽
아무데나 벗어 던져논
귀신 탈바가지 같은
혁명도 보았다.

그러나
혁명이 아무리
지나가는 강아지모양 구여워도
노동자의 운명처럼
혁명은 치열한 생존이다.
멍든 노동자의 가슴이다.

혁명은
사랑하는 이들의 절규다
혁명은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던
너와 나의 아픈 부활이다.

깊은 하늘밑
말없는 무리의 노동자
기계와 씨름하는
이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의 품속에서
혁명이 무엇인지조차 관심없는
노동자들의
숨가쁜 혁명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러시아 혁명식의 이론이 현실화된다면 노동자와 노동자의 가족 중 절반 이상이 죽어야 한다. 혁명을 외치는 청년학생들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 중 70% 이상이 누군가에 의해서 죽어야만 한다. 통일혁명을 외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통일혁명을 주장하는 청년학생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통일혁명의 반대세력일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설마 부모를 혁명의 적이라 규정하고 제 손으로 처단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보다도 먼저 한국 사회에서 혁명이 가능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한때 운동권 일각에서는 게릴라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테러에 대한 예행연습도 시도되었었다. 또한 운동권 내부의 숙청자 명단까지 작성되었다고 하는데 그 숙청대상 제1호란 다름아닌 10여년 간을 참혹한 노동현실 속에서 줄기차게 조직활동을 전개해왔던 노동조합 지부장 출신의 노동자운동가였다. 영광스럽게도 숙청이유는 조합주의자, 경제주의자이며 지식인이 설 땅을 박탈하는 자라는 것이었다. 묘하게도 숙청을 운위한 그룹들은 혁명적 격무에 시달리다 조합주의자, 경제주의자에 이자가 붙어 종파주의자로까지 몰려 처단(?)되었다. 여기서 처단이란 별볼일 없어졌다는 얘기이다.

조합주의자 또는 경제주의자라는 용어 자체도 서양의 역사적 실정 속에서 나타난 개념으로 우리 실정에 적용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이 개념은 경쟁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전투용 개념에 지나지 않는 허구적인 것들이다. 이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대한민국 모든 노동조합은 조합주의이고 경제주의자가 되며,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도 역시 마찬가지이고, 대한민국에서 혁명을 수행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역시 조합주의, 경제주의의 탈을 벗어버릴 수 없게 되는 마술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이 개념의 탈을 뒤집어 쓰지 않으려면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된다.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종파들의 숨통을 다 끊어놓은 뒤에 혼자만 남아서 혁명을 수행하면 스스로가 개념을 자기에게 적용시키지 않는 한 조합주의자, 경제주의자는 면할 수 있다. 이러한 치졸한 상황 속에서 '한국사회의 혁명은 과연 가능한가'하는 물음 자체가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기 때문에 결코 부질없는 짓은 아닐 것이다.

혁명을 위해서는 먼저 혁명이론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혁명이론 없는 혁명운동 없다'는 것이 서양혁명이론가의 지론이다. 그래서 수많은 지식인들이 서양의 혁명이론을 들여와 번역하여 여러 경로를 통하여 보급하였다. 이러한 결과 가지가지 수입 혁명이론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책들의 전쟁'이라는 혁명이론 난무에 대한 비판과 자기 혁명이론만의 유일성을 주장하는 책도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마치 러시아혁명 당시 볼세비키가 소수파이고 멘세비키가 다수파였다가 역전되었듯이, 한국의 다수의 볼세비키들이 다시 소수파로 전락하게 되는 상황의 반영임과 동시에 일제하에 사회주의 세력들이 종파를 반대한다는 종파를 만든 것과도 흡사한 모습이다. 아뭏든 수많은 청년학생들이 수없이 반복되는 혁명이론에 의해 이합집산의 대소동을 되풀이 하여 왔다. 혁명이론이 이런 정도니 한국에서는 혁명이 아직 멀었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혁명이론이 있다는 가정하에서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혁명이론이 없으므로 어떠한 상황전개조차 사실 말을 이어나갈 수 없는 것이지만, 가장 공통된 것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으며 이미 사람들 중에는 꿈을 꾸고 있울 수도 있는 무장투쟁에 관해서 살펴보자. 무장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들도 많지만 주체적 역량에 관한 부분만 살펴본다.

첫째는, 무기를 사용할 병사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무장할 무기가 있어야 하고
셋째는, 무장투쟁의 근거지가 있어야 하고
넷째는, 군수품 즉 식량조달이나 각종 화기의 지원과 정보제공 역할을 할 수 있는 광범위한 지원역량이 있어야 한다.

첫째의, 무기를 사용할 병사가 과연 누구이며 인원은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이것을 노동자, 농민, 진보적 청년학생 등이라 전제하고 그 인원은 정부군 및 정부군 지원세력에 맞설 수 있을만큼 확보되었다고 가정을 하자.

둘째의, 무장할 무기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외국에서 들여오던지 비무장지대를 뚫고 남하시키던지 아니면 정부군의 무기를 탈취해야 한다. 이것을 김일성 같은 신출귀몰한 지도자에 의해 충분조건이 갖춰졌다는 가정을 하자.

셋째의, 무장투쟁의 근거지가 문제이다. 해방 직후처럼 지리산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한라산으로 들어갈 것인가? 불행하게도 한국땅에는 무장활동의 근거지로 적당한 곳이 없다. 지리산 정도는 30분이면 초토화되고 마는게 지금의 군사력이다. 1기당 1개 중대 이상의 화력을 보유한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코프라 헬기 수대면 지리산은 벌집이 되고 만다. 미제 B52 폭격기가 투하하는 폭탄은 제일 작은게 1미터 80센티미터 길이로 이것이 지상 일정미터 위치까지 내려와서는 20개로 산개되어 각개 목표를 강타하는데 한 조각의 위력은 벙커를 뒤집어버린다. 미제 토우 대전차 미사일은 천미터 전방의 벙커 사격대를 100% 명중시키는 위력을 갖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여 도시게릴라 형태로 전술을 바꾸어 도시밀집지역에 근거지를 설정하였다고 하자. 만약 이렇게 된다면 도시는 공포의 도가니로 화하고 만다. 기습적인 정부군의 가택수색, 지역봉쇄 등이 자행되어 누이들은 겁탈당하고 거리에는 시체가 뒹구는 가운데 시민들은 정부군의 총칼앞에 무릎을 꿇고 검색당할 것이 틀림없다. 여기서 인권을 떠들어 외쳐봐야 미제 또는 방산업체 제품인 M16소총탄환이 몸에 수십개의 구멍을 내줄 것이다. 경제유통도 통제되어 먹을 것을 구하려는 어머니들은 반쯤 미칠 것이고 어린아이들은 병들어 쓰러져도 구원할 길이 없다. 

이것을 누가 견디어 낼 것인가. 만약 견디어 낸다고 치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쯤 죽이고 혁명이 성공하던지 진압되어 실패로 끝나던지 할 것이다. 여기에 혹시라도 북한의 지원을 전제로 한다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면 정부군의 혁명가담을 요행으로 기다릴 것인가? 해방직후에도 공작조가 장악한 몇몇 부대가 그러한 과정이 있었으며 외국의 혁명사례에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무장봉기 뒤끝에 6.25가 터졌듯이 동족상잔의 끝없는 악순환일 뿐이다. 정부군에게 미국, 일본 등 서방측의 지원이 없는 상태라고 가정하여 1대1로 정부군과 붙어도 이미 배치되어 있는 미제 전술 핵무기를 이겨 낼 방도가 없다.

넷째의, 지원역량에 관한 부분은 무장투쟁 근거지 설정과 함께 당연하게 같이 다루어진 것으로 가정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사실 그 어느 한가지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대통령이 될만한 정치력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전국의 노동자를 통합해 낼 수도 없을뿐더러 더구나 무장투쟁으로 동원하기는 더욱 어렵다. 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 억만금의 자금도 차라리 선거자금으로 유용하는게 정권장악의 가능성을 높여 줄 것이다. 무장투쟁 근거지를 확보하고 지켜내려면 60만 군대를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러한 무장투쟁부대를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반드시 집권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천지자연의 법/조선철학>http://cafe.daum.net/smg4300/MBeQ/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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