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늘 우리 땅 우리의 조선철학이라는 누구에게 보여주기도 부끄러운 노트정도 수준의 책을 출간한 것이 1988년이다.
당시 사회변혁운동에 목숨을 걸고 있었던 나는 격변하는 시대상황 속에서 에너지작업의 심각한 전환을 모색하고 있던 차에 그 방향을 우리 정신의 새로운 발견에 두었었다.
음양론에 기초한 중국식 양극적 세계관과 서양 철학사상에 길들여 있었던 우리 정신계와 낡은 사회 낡은 혁명론을 걸름없이 수입한 선험적 운동론이 난무하던 사회운동권 내에 천 지 인 삼극적 세계관이라는 다차원 우주의 기본 원리를 설파할 의도였다.
그러나 당시 숨조차 쉬기 힘든 상태에서 엎드려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던 처지에 놓인 나는 두달이라는 시간 안에 이 책을 출간해야 했다.
글을 쓰다 죽을 수도 있으리라는 위기감이 짓누르는 가운데 많은 계획을 축소하여 문제제기만 할 수 밖에 없었으나
국립중앙도서관 한국학 분야의 검색 첫호가 되었었고 민망하게도 계명대학 철학과 교제로 채택이 되기도 하였으나 학생운동권 서점들의 회의에서는 판매금지서적으로 제안되는 등 기구한 운명에 처했었다.
또한 이 책은 사회변혁운동에서의 나의 '잠수의 변'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책 역시 나의 노래메시지들과 함께 스스로 사장시키는 수순을 밟아야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의 본격적인 작업이라는 애초의 목표는 오랜시간 내 인생을 압박하며 잊을만 하면 제껴놓은 숙제처럼 불안하게 만들었다.
차일피일 지겨운 숙제를 미루다 여기에 이르게 되었으나 다행이 지금의 상황은 많은 사람들이 천 지 인 삼극사상을 당연시 여기고 다차원 우주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이 책을 꺼내들게 되었는데 절판된지 오래이므로 시류적 변화에 따른 내용이 다수 있을지라도 남길 만한 내용은 추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책에 거는 기대가 있을리 없다.
그냥 타이핑하면서 오탈자나 수정하고 추려내는 정도이겠지만
이 조차도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이상한 숙제를 하기 시작한 것일 뿐이다.
혹 수록작업이 다 끝나고 어느정도에서든 개정작업으로 이어지게 될지는 그때가서 에너지가 돌아봐야 알 것 같다.
2005. 07.15
천지자연의 법 유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