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삼극적 조선철학과 양극적 음양론 및 변증법
1. 천지인(天地人) 합일사상과 천부경(天符經)의 삼극(三極) 개념
하늘과 땅과 인간은 하나이다.
해, 달, 별, 무수한 기운을 품고 있는 하늘은 우주 그 자체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도 우주의 품 안에서 생성된 우주 그 자체이다. 이 하늘과 땅으로부터 생명을 받은 사람도 역시 우주 그 자체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도 모두 하나의 거대한 우주를 이루는 존재인 것이다.
하늘의 기운이 땅을 생하고 땅은 하늘의 기운을 받아 만물을 생하는 밭이 되었다. 이 밭에서 사람이 생하였으나 인간은 하늘과 땅의 이치로써 만물을 다스리는 힘을 얻었다. 인간은 하늘과 땅 가운데 함께 서는 지극한 존재로 된 것이다. 하늘과 땅이 만물을 생성하고 다스리는 존재이듯 우주의 이치로써 노동을 통하여 만물을 생성하고 다스리는 인간도 하늘같은 존재이다. 하늘과 땅과 인간은 하나의 기운으로 발현한다. 이로써 천지자연을 대우주라하고 인간을 소우주라 한다.
인간을 소우주라 함은 인간이 우주의 이치로써 생성되었으나 천지자연의 단순한 피조물로서 예속적인 존재로 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소우주로서의 인간은 천지자연이라는 대우주의 창조적인 변화운동에 자신의 노동을 통하여 함께 참여하는 자주적인 존재로서 우주의 주체로 서게 되는 것이다.
소우주인 인간의 창조적인 자기실현은 대우주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대우주가 완성된 통일체를 이루는 것은 바로 소우주라는 인간의 존재로 인해서이다. 대우주와 소우주인 인간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다. 하늘과 땅이 없이 인간이 있을 수 없듯이 인간이 없는 하늘과 땅 또한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이 하늘과 땅이라는 천지자연의 만물 속에서 조화와 통일을 이루어낼 때 인간은 진정으로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
인간은 하늘의 마음과 땅의 몸을 받고 태어나, 우주의 이치를 담은 마음과 우주변화의 기운을 담은 몸을 써서 창조적인 자기본성을 실현하고, 마음과 몸을 다해 삶을 마치면 몸은 땅에 묻어 흙으로 돌아가게 하고 마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묻어 하늘로 돌아가게 한다. 비록 순간같은 인생일지라도 소우주인 인간은 영원히 대우주의 품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천 지인 합일사상은 단군조선사회의 중심사상이다. 오천년전 당시 거대한 영성 사회주의제국을 건설하였던 단군조선사회 인민들의 생활철학이자, 행동강령이었으며, 국가의 통일성을 이루어 낸 정치사상이다. 영험한 능력을 가진 천신(天神) 지신(地神) 인신(人神)이라 하여 삼신(三神), 만물을 생하고 다스리는-制裁- 주재자라는 의미에서 삼제(三才), 하나의 본체를 이루는 가장 지극한 것을 의미하여 삼극(三極)사상 등으로 불리워졌다.
천지인 삼신(삼재, 삼극)사상은 '하늘과 땅과 인간은 하나이다'라는 명제로부터 출발하여 1-하늘과 같은 인간의 존엄한 지위와, 2-땅위의 모든 만물을 생하게 하고 다스리는 영험한 능력과, 3-천지와 하나되어 영생불멸하는 사상을 담고 있다.
이러한 천지인 합일사상은 천지자연과 삶의 법칙을 해명하는 심오한 조선철학의 기본사상으로 되었다. 천과 지와 인은 모두가 지극한 것으로 이 삼극(三極)은 천지자연과 만물변화의 상(象 ; 形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形은 인간의 오감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象은 철학적 직관에 의해 알 수 있다. 마치 形이 인간의 드러나 보이는 신체라면 象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오장육부의 기운이나 마음 상태일 수 있다. 따라서 象을 변화의 본질로 파악한다)을 수(數)로 나타내는 상수(象數)철학을 이루게 하였고 모든 변화원리를 해명하는 철학적 방법론의 대전제로 되었다.
단군조선사회는 천지인 삼극(삼신, 삼재) 철학사상을 직접 현실에 적용시켜 이상적인 국가를 건설하였다. 천지자연을 경애하고 인간을 숭앙하는 천지인 삼극철학사상을 널리 펴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우주변화의 이치에 의해 인간세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재세이화(在世理化)는 지도이념이며, 인민 속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치며 뜻을 펴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은 그 행동강령이었다.
국가조직은 철학사상의 기본전제인 삼극(三極)원칙에 따라 진한, 마한, 변한의 3한을 두었으며 진한은 중앙부로 단군왕검이 직접 영도하였다.
아사달과 각지의 수두에서는 천지인 합일사상을 함양하고 사회적, 우주적 통일성을 이루는제천의식이 행하여졌으며 필요한 교육이 시행되었다.
수두교육에 참가하는 미혼자제들을 가리켜 국자랑이라 하였는데 국자랑이 출행할 때는 머리에 천지화를 꽂았으므로 이들을 천지화랑이라고도 불렀다.
교육은 깊고 다양하였으며 체계적으로 실시되었다. 천지인 철학사상에 관한 교육으로 천부경(天符經), 삼일신고(三一神誥), 참전계경(參佺戒經)의 강습이 있었으며, 기타 독서, 활쏘기, 말달리기, 예절, 음악, 권술 및 검술을 공부하였다.
천지인 철학사상이 담긴 천부경이나 삼일신고를 강습할 때는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대검을 찼으며 음악을 연주하여 천지신명과 함께하였다.
수두에는 계율이 있었는데 충, 효, 신, 용, 인(忠孝信勇仁)을 오상(五常)의 도(道)라 하였으며 이것이 신라에 이르러서는 화랑도의 세속오계로 전수되었다.
수두는 상수두와 수두로 구분하였으며 각 읍락에서는 3노(三老)가 지도하였다.
제천행사 때에는 무천(舞天)의 악(樂)이 열려 무리지어 돌며 노래로써 하늘과 땅과 인간의 삼신(三神)을 크게 찬송하면서 나라의 발전과 모든 사람들의 안녕을 하나처럼 기원하였다.
이렇듯 천지인 합일사상은 영성문화를 꽃피운 단군조선 사회주의제국의 전일적인 철학사상으로 우리의 하늘, 우리의 땅, 우리의 가슴 속에 면면히 살아왔다. '하늘과 땅과 인간은 하나이다'라는 명제로부터 출발한 천지인 합일사상은 인간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이며 통일적인 본성으로써 순간이 영원으로 통하는 대우주의 섭리를 실현하는 사상인 것이다.
천부경의 이해를 위하여
천지인 합일사상은 천지자연과 만물을 비롯한 존재하는 모든 세계에 대한 비밀을 해명하는 조선철학의 정수로서, 천부경(天符經)이라 이름하는 역학(易學)경전에 극묘하게 함축되어 있다. 역학이란 변화의 법칙을 다루는 철학으로 역(易)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로, 변역(變易) - 천지만물은 변화한다 - 이란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듯이 천지자연과 인간의 운명이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고 바뀐다는 뜻이다. 둘째로, 불역(不易) - 모든 것이 변화하는 속에 변화하지 않는 것이 오직 하나가 있다 - 이란 바뀌지 않는다는 뜻으로 하늘은 높고 땅은 낮아 그 위치를 바꾸지 않는 질서가 있고, 하늘과 땅 사이의 온갖 만물의 현상과 작용은 일정한 법칙이 있으니 이 질서와 법칙은 변하지 않음을 말한다.
셋째로, 간역(簡易) - 변화의 법칙은 쉽게 알 수 있다 - 이란 간단하고 쉽다는 뜻으로 천지자연의 현상과 온갖 사물의 변화가 사람에게 간단하고 쉽게 보여지고 있음을 말한다. 이는 불역의 원리에 따라 만물이 변화해나가는 법칙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천부경은 최고의 역학 경전으로서 조선 민족의 동북아문명 발상기에 이루어져 단군조선국가사회 형성의 토대가 되고 만방으로 퍼져나갔다.
천지만물 변화의 법칙이 상수(象數)원리로 함축되어져 있는 천부경은 천하문명의 원천이라 일컬어지는 인류문명의 뿌리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천부경의 원전이나 주해서들은 단군조선의 영성 사회주의적 사회사상에 반하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 지배세력들에 의해 거의 파괴되고 말았다.
지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것은 신라시대 최고의 석학으로 유교, 불교, 선교에 통달했던 고운 최치원님이 우리의 고대문자와 구전되어 오던 것을 뜻글자 81자로 정리해 놓은 것이 있다. 또한 묘향산에서 수도하던 계연수[桂延壽 : 선천출생, 단기 4231년(서양기원 1898년) 단군세기, 태백일사본 간행, 단기 4252년(서양기원 1919년) 상해임시정부 정무령이 된 이상용 막하에서 참획군정으로 활약. 단기 4253년(서양기원 1920년) 만주에서 사망]님이 발견한 묘향산 석벽문자가 천부경이라 판명되어 단기 4250년(서양기원 1917년)초 서울의 단군교당 앞으로 전달하였다는 석벽본이 있다.
이 묘향산 석벽본과 고운 최치원님의 사적본은 일곱개의 자구가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한 글자를 제외하고는 음이 동일한 것으로 미루어 암송되어 오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행하게 된것이라 추측된다. 그외 일십단(一十堂) 이맥[단기 3831년(서양기원 1498년) 연산4년 등과]님의 태백일사본이 있는데 태백일사본은 묘향산 석벽본과 전문이 일치한다.
고문헌에는 천부경과 이와 짝을 이루는 삼일신고 등의 내용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으나 여기서는 다만 천부경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구절만 참고로 몇소절 소개한다.
[ 환웅 천왕이 처음으로 개천(開天)하여 인민들에게 교화를 베풀때 천경(天經)을 연(演)하고 신고(神誥)를 강(講)하여 크게 무리를 가르쳤다. <삼성기전하(三聖起全下)> ]
[ 세상에 전하기를 환웅 천왕이 순주(巡駐)하고 전렵하여 제사를 지냈다고 하였다. 풍백(風伯)은 천부(天符)를 경(鏡)에 새겨서 들고 나가고, 우사(雨師)는 영고(迎鼓)하여 환무(環舞)하고, 운사(雲師)는 백검(伯劒)으로 폐위(陛衛)하였다. <삼한관경본기(三韓管境本紀)> ]
[ 천부경은 천제환국(天帝桓國) 구전(口傳)의 서(書)다. 환웅 대성존께서 천강(天降)한 후, 신지(神誌) 혁덕에게 명하여 녹도문으로 그것을 썼다. 최고운 치원이 또한 일찌기 전고비(篆古碑)를 보고 갱부작첩(更復作帖)하여 세상에 전한 것이다. <소도경전본훈(小途經典本訓)> ]
[ 임피(臨陂)의 서쪽에 있는 옥구(沃溝)는 서해에 임하였다. 자천대라는 작은 산기슭이 바닷가에 바로 들어갔고, 그 위에 두 개의 돌로 만든 농(籠)이 있었다. 신라 때의 최고운이 이 고을의 태수가 되어 와서 농 속에 비서를 갈무리하였다는데, 농이라는 것이 하나의 큰 돌이었다. <택리지(擇里志)> ]
[ 무자(戊子) 5년(단기 200년), 둥근 구멍이 뚫린 패전을 주조하였다. 추 8월에 하인(夏人)이 와서 방물을 바치고 신서(神書)를 구하여 갔다. 10월에 조야(朝野)가 신서를 인민에게 알리기 위하여 돌에 특별히 기록하였다. <단군세기(檀君世紀)> ]
[ 이는 천부(天符)라 하는 것이다. 무릇 범부는 만세의 강전(綱典)이요 지존이 소재(所在)하니 범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삼한관경본기(三韓管境本紀)> ]
[ 태백진교(太白眞敎)는 천부(天符))에서 기원하였으며 지전(地轉)에서 합하여 또 인사(人事)에서 절(切)하는 것이다. .......신고(神誥)의 오대지결(五大旨訣) 역시 천부가 본(本)이며, 신고의 구경(究境) 역시 천부 중일(中一)의 이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소도경전본훈(小途經典本訓)> ]
[ 환인의 아들 환웅이 천평(天坪)에서 천부경을 설교하시니 사방에 사람이 운집하여 청강하는 자가 크게 무리를 이루었다. <단기고사(檀奇古史)> ]
[ 천부보전(天符寶篆)이 비록 지금에는 사실적 물징이 없으나 신성이 이로인해 서로 전수한 것이 우리 동국역사(東國歷史)에서 일컬어지고 있음이 그 몇해이런고. <정조5년 구월산 삼성사(三聖祠)치제 제문> ]
[천부경 전문 81자(묘향산 석벽본)]
一 始 無 始 一 析三 極 無
일 시 무 시 일 석삼 극 무
盡 本 天 一 一 地 一 二 人
진 본 천 일 일 지 일 이 인
一 三 一 積 十 鉅 無 櫃 化
일 삼 일 적 십 거 무 궤 화
三 天 二 三 地 二 三 人 二
삼 천 이 삼 지 이 삼 인 이
三 大 三 合 六 生 七 八 九
삼 대 삼 합 육 생 칠 팔 구
運 三 四 成 環 五 七 一 妙
운 삼 사 성 환 오 칠 일 묘
衍 萬 往 萬 來 用 變 不 動
연 만 왕 만 래 용 변 부 동
本 本 心 本 太 陽 昻 明 人
본 본 심 본 태 양 앙 명 인
中 天 地 一 一 終 無 終 一
중 천 지 일 일 종 무 종 일
천부경 81자는 경 자체가 난해하며 변화의 상(象)이 수(數)로 함축되어 있기 때문에 판독해내기란 매우 어렵다. 때문에 식자들에 의해 외면당해 왔고 또 연구하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제각각의 기준을 적용하여 여러가지 해석을 만들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주역(周易 : 주나라의 역학이라는 뜻)을 공부한 사람은 주역식으로 기준을 잡고, 수학을 공부한 사람은 수학식으로 기준을 잡고, 또는 여러가지를 혼합하여 일관성 없게 풀이하는 경우조차 있다.
천부경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천부경의 중심사상인 천지인 합일사상의 이해가 불충분한데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천지인 합일사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단군조선의 사회역사적 이해와 우주적, 영적바탕이 전제되어야 한다.
고대 영성 사회주의제국으로서의 단군조선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왕조사관은 말할 것도 없고 민족주의적 사관으로나, 마르크스적 계급사관과 그와 궤를 같이 하는 사회경제적 사관 등으로도 해명키 어려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군조선이 초민족적이거나 또는 초계급적 사회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단군조선사회만이 갖는 독특한 사회역사발전의 과정과 당시 주변사회에 대한 단군조선의 관계를 확인하고 세계사 전개과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수립될 때에 만이 가능해 질 것이다.
단군조선사회의 자료가 무자비하게 짓밟혀진 상태에서 이에 대한 연구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잃어버린 바늘을 찾는 것보다도 어렵다. 그러나 자기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거울을 통하여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다. 단군조선의 사회역사도 주변사회라고 하는 거울을 통하여 추적하고 확인해 낼 수 있는 면이 의외로 많다.
또한 당대의 전설적인 역사의 사실들을 밝혀주는 유적과 유물의 발굴이 많이 진척되어 있지만 해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얼마나 올바른 역사적 통찰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역사는 살아날 수도 있고 사장되어질 수도 있다. 이와 연관하여 지금 우리의 것이라고 하는 모든 것들을 거꾸로 더듬어 뿌리를 향해 나가다 보면 결국 하나의 시원을 찾게 될 것이다.
고도의 사회역사적 통찰력은 기존의 온갖 편견과 교조적 작태를 이겨내고 천지인 합일사상의 사회를 확인하는 보람과 기끔을 맛보게 해 줄 것이다.
천부경 하나를 판독해내는데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그 이유는 천부경 81자의 판독작업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세계관의 새로운 성취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천부경을 이론으로만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로 되고 만다. 결국 천부경은 깨달음의 천서이기 때문이다. 흔히 천부경은 글로 해석하여 표현할 수 없다고들 한다. 천부경의 내용이 너무나 갚고 넓어서 옳게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도 없으며 또한 나름대로의 이해를 글로 표현하면 어찌된 일인지 자신이 이해하고 맛보던 것이 흐려져버리고 마는 것이라 한다. 즉, 천부경의 참뜻을 표현할만한 인물이나 표현할만한 글도 세상에는 아직 없다는 뜻이다. 필자의 의도도 천부경을 해석하여 글로 표현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천부경에 대한 소개와 천부경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하려는 데에 있다.
천부경은 역학경전으로서 그 중에서도 상수원리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 된다. 천부경의 상수원리는 주역식의 상수원리와 차별성을 갖는다. 상수원리는 눈에 보이는 형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의 본질을 상(象)으로 취해 수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영적 감각이 요구된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조선철학의 상수원리는 차후에 별도로 다룰 생각도 있는데 그때 천부경에의의 접근은 다른 차원방식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여기서는 천부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단서 정도를 목표한다.
천부경의 삼극(三極) 개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변화를 본질로 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삼극(三極)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삼극은 만물생성 변화운동의 근본이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공간-시간-운동의 삼극을 갖고 있다. 공간이 없는 존재가 없고 시간을 갖지 않은 존재가 없고 운동하지 않는 존재 또한 없다.
기하학적으로 형성하는 공간은 가로-세로-높이의 삼극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우주라는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절대의 무(無)가 아니다. 오히려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위치-형체-상태라는 삼극을 나타낸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항상 공간 안에 위치해 있으며 어떠한 형체를 갖고 있으며 어떠한 상태에 있다.
하나의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공간만 보아서는 안된다. 하나의 존재는 공간-시간-운동의 통일체이므로 시간의 과거-현재-미래의 삼극과 운동의 상생-상비-상극의 삼극을 함께 동시적으로 보아야 한다. 공간-시간-운동이라는 삼극에 의하고 있는 존재는 생성-발전-소멸의 삼극적 변화운동을 이룬다.
한 인간을 이해한다 할 때에도 공간-시간-운동의 삼극을 통일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태어난 곳, 사는 곳, 학교, 직장 등의 공간과 태어난 해, 학교에 입학한 해, 사회에 처음 진출한 해 등의 시간과 어려서는 어떻게 행동했고, 커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등의 운동을 함께 다루게 된다. 공간-시간-운동은 동시적인 것이므로 태어난 곳이 어디냐 하는 물음에 대해서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다고 얘기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 인간에 대한 이해는 성장과정-주변환경-사회역사적 바탕의 삼극을 적용함으로써 옳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이와같이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공간-시간-운동의 삼극 속에 있는 것이며 이러한 존재는 생성-발전-소멸의 변화삼극으로 나타난다. 또한 만물생성 변화의 모습은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이에따른 위치-형체-상태도 다양하게 나타나진다.
색에는 빨강-노랑-파랑의 삼극적 원색이 있고 빛에는 빨강-초록-파랑의 삼극이 있다. 방위는 360도 안에서 동쪽-중앙-서쪽 또는 남쪽-중앙-북쪽 등의 삼극으로 이해한다. 높이는 고-중-저 또는 상-중-하, 길이는 장-중-단 등의 삼극이다. 힘에는 강-중-약의 삼극과 힘의 발생을 보는 작용점-방향-크기의 삼극으로 본다. 온도는 고온-평온-저온의 삼극으로 연관하여 지역차원에서는 열대-온대-한대의 삼극적 분류를 이룬다.
생활공간은 공중-육지-물의 삼극으로, 생활공간에 따른 동물은 조류-육류-어류의 삼극으로, 생물 전체의 삼극은 식물-동물-미생물로 이해한다. 자동차의 삼극구조는 조향장치-동력장치-제어장치이고, 전극은 양극-중극(제3의 극)-음극의 삼극이다. 지구는 북극-중극(적도)-남극의 삼극으로, 원자는 양자-중성자-전자의 삼극으로 이해한다.
사회시스템의 삼극은 정치-경제-사회이며, 민주정치의 삼극은 입법-사법-행정, 경제는 생산-교환-소비의 삼극이다. 사회는 가족사회-지역(직업)사회-국가사회의 삼극을 이룬다. 생산력의 삼극은 노동주체-노동도구-노동대상이다. 특정한 상태를 나타내는 변화의 원인은 내인-외인-불내외인의 삼극으로 파악한다. 한 개인의 상태나 사회적 상태나 생태계의 상태에 있어서 종합적인 운행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은 조화-부조화-반조화의 삼극이다.
이와같이 삼극은 하나의 존재가 셋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나의 존재는 나뉘어 셋이 되나 그 근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一析三極無盡本). 삼극은 존재를 이루는 가장 지극한 기본요소로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존재는 상실된다. 조선철학의 상수원리에서 3의 수리는 하나의 존재를 완성하는 수리이기 때문에 생명의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삼극은 정립(鼎立)의 개념처럼 가장 안정된 상태를 갖고 있는 삼발이이다. 이상적인 제도라는 민주주의도 권력을 3분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이 3분은 가장 지극한 형태로의 3분이므로 단순한 분류의 차원을 넘어서는 삼극의 의미를 갖는다.
존재의 본질은 변화하는 것이며 존재는 삼극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삼극 자체가 변화의 근본이 된다. 따라서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변화하는 존재의 본질을 해명하기 위해서는 삼극을 깨달아야 한다. 삼극을 이루는 하나 하나의 차원에서도 삼극이 나타난다.
존재는 공간-시간-운동의 통일체이므로 상호관련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존재를 이루는 삼극은 또한 생명의 삼극이므로 창조의 근본이 된다.
'생명있는 천체'의 조건을 형성하는 삼극은 공기-물-흙이다. 공기-물-흙의 삼극은 만물을 생성하였다. 이 속에서 심(心)-리(理)-기(氣)의 삼극을 이루어 인간이 창조되었다. 심-리-기의 생명활동으로 인간도 세상을 창조해 나간다.
공간에 있어서도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며
시간에 있어서도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며
운동에 있어서도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이 우주이다.
유한한 것과 무한한 것이 하나가 되고
순간이 영원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우주이다.
이러한 전체계가 삼극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삼극은 무한한 창조의 본체로 된다.
글 : 천지자연의 법 유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