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 백공 종사님의 삼일신고 (한밝뫼 제139호에 실린 내용)
-1994년 부산 전포동 배달학당에서 하신 강의를 녹취한 것입니다.-
식 분란한열진습
息 芬爛寒熱震濕
그 다음에 기운. 기운을 통해서 느껴지는 것이 숨 쉬는 것입니다. 그런데 숨 쉬는 것 중에서 목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게 있어요. 사람은 목숨을 가지고 있으면서 숨 쉬는 거에요. 미물들은 목숨이 없는 상태에서 숨 쉬는 거고... 보통 우리가 목숨이 있는 것들을 생명체라고 얘기하고 목숨이 없는 것은 무생명체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생명체나 무생명체나 숨 쉬는 건 다 똑같습니다. 안 쉬는 거 아닙니다.
여기서 목숨을 가지고 있는 인간, 즉 생명체나 숨을 쉬면서 살 때 어떠한 경계가 있느냐. 역시 여섯 가지 경계가 있어요. 한문으로 분란한열진습(芬爛寒熱震濕).
지난번 강의 때 애기했지만 이 기운은 바깥으로 느낄 수 있는 게 있고 안으로 느낄 수 있는게 있다 그랬어요. 바깥으로 느낄 수 있는 기운은 호흡을 통해서 느끼는 것. 그 다음에 안으로 느낄 수 있는 기운은 마음 상태에 따라 느껴지는 겁니다.
그 기운이 여섯 가지가 있다고 했는데, 먼저 아주 향기로운 기운. 향기도 자연적인 향기가 있고 인공적인 향기가 있습니다. 이건 숨을 쉼과 동시에 그 기운을 느낄 수가 있어요. 요즘 택시 같은 거 타면, 타자 마자 아주 진한 향기가 나는 거 같아요. 근데 그 향기가 인공적인 향기이기 때문에 너무 맡기 힘든 거예요. 그럼 우린 타자마자 바로 창문을 열어버려요. 사람이 계속 그 기운, 그 향내를 맡잖아요? 그럼 우리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자연의 향기라고 합시다. 여기 지금 책상 위에 장미꽃이 한 아름있고, 또 들이나 산에도 많은 꽃들이 있는데, 이 꽃 향기를 너무 가까이 대고서 맡으면 안돼요.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은은한 향기를 맡아야 돼요. 장미꽃의 향기처럼 꽃마다 저마다 독특한 향기가 있잖아요. 우리가 숨을 쉼과 동시에 향기를 맡게 되는데, 그 진한 향기를 너무 가깝게, 또 오래 맡는 것 역시 이상이 생기게끔 해요.
이상이 생긴다고 하는 것은 즉, 두통.. 머리가 아프다던가 아니면 뇌의 어떤 세포 구조가 약간의 충격을 받는다고 할까? 분명히 그런 영향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좋은 향기를 맡는 것도 적당하게 맡아야 된다고 하는 것.
그 다음에는 란(爛)이라고 하는 것은 독한 가스를 말합니다. 요즘은 시내에 가보면 그런게 덜 하지만, 최루탄 가스 같은 것이 옛날에 한참 심했죠. 맡아보면 너무너무 독한 거예요. 또 하수도 같은 곳의 안에 가스들이 꼭 차 있잖아요. 그거 독한 기운인 거예요. 사람이 들어가서 숨을 안 쉰다면야 못 느끼지만 숨을 쉼과 동시에 벌써 느껴져 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숨을 쉴 때 그 독한 가스들이 들이켜져 내장 또는 모든 뇌로 퍼져버리는 거예요. 바로 생명에 관계 될 만큼 지장을 줄 수도 있는 거죠. 우리 주위에 독한 가스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굉장히 많아요. 옛날에는 연탄가스도 있었고, 지금은 또 공해로 인해 생기는 가스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요즘 현대인들이 숨을 쉬는 과정 속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이 아마 이러한 독한 기운, 가스 같아요.
그 다음에는 한(寒)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육체로 느낄 수 있는 아주 추운 곳입니다. 자기 몸이 그래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기운의 한계치가 있는데 버틸 수 조차 없는 너무나 추운 곳.
너무 추울 때는 도저히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인체의 어떤 구조와 맞지가 않잖아요. 그럼 그 추운 곳에서 추운 기운을 전부 감수하고서 흡수한단 말이에요. 결국 우리 몸은 어떻게 되느냐. 나중에는 얼어 죽게 돼 버려요.
만약에 어떤 사람이 추운 곳에서 얼어 죽기 전까지 버텼다고 합시다. 죽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떻든 그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이 굉장히 많이 간 것이죠. 그러니까 사람이 추운 기운을 너무 흡수하는 것 역시 안 좋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굉장히 더운 것. 사람이 너무 더운 곳에서 생활한다거나 무언가 일을 할 때는 모든 기운이 기진맥진해지죠. 그러니까 사람이 갖고 있는 그 기운이 너무나 흐느적거리게 돼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될 때 역시 우리의 몸을 통해서 느껴지는 기운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거예요. 안좋아진다는 것은 뭔가 이상이 생겨버리는 거죠. 즉 병이 생겨버려요. 그래서 너무 더운 곳에서 오랫동안 있는 것도 사람에게 있어서 아주 안 좋다고 하는 것.
그 다음에 여기서는 이제 '번개'라는 말로 돼 있는데 소위 아주 메마르고 건조한 것. 사람이 집에서 잠을 자거나 생활을 할 때는 적당한 습도가 필요한 거예요. 습도가 너무 메말랐을 때 건조하다고 그러죠? 그 건조한 공간 속에서 생활하며 숨 쉬는 것을 통해 우리 몸의 구조 역시 상당히 안좋아진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메마른 곳에서 생활하다가 다른 환경에서 생활을 해도 벌써 그 구조는 이상이 생겨버렸어요. 바로 쉽게 감기에 걸린다던가..
마지막으로 습(濕). 습기가 너무 많은 곳. 일단 습기가 많이 있는 곳은 여러가지 세균이 번식하며 살 수 있는 가장 적당한 공간이라는 거예요. 그러면 여러가지 모든 것들이 잘 썩어버려요. 그러한 곳에 살면서 숨 쉰다고 하는 것은 우리 몸 속의 이 모든 구조가 갖고 있는 기능들의 밸런스가 결국 안 맞게 돼버린다는 것이죠.
우리가 숨 쉬면서 사는 동안에 자기의 몸뚱이, 그리고 그 몸뚱이가 갖고 있는 기운을 가장 원만하면서도 정상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그래도 이 여섯 가지 만큼은 스스로 자제하면서 밸런스를 맞춰가면서 살 줄 알아야 된다고 하는 것.
아주 향기로운 곳, 아주 독한 기운이 있는 곳, 아주 추운 곳, 아주 더운 곳, 굉장히 메마른 곳, 그 다음에 아주 습한 곳.
한번 가만히 생각을 해봐요. 원인없이 어떤 병이 생기고 뭔가 이상이 생겼다 그러면 혹시 내가 생활하는 이 공간이 여섯 가지에 해당되는 곳이 아닌가. 만약에 아니라면 그 전에 생활할 때 이 여섯 가지가 해당되는 곳에서 너무 오랫동안 숨 쉬며 지내지 않았는가 한번 돌이켜보면서 생각을 해봐야 해요. 이것을 잘 다스리고 원만히 지키면서 살 때 그 사람의 모든 모습과 기운이 아주 맑아지고 그렇지 못할 때는 탁해지고 흐려진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숨 쉬는 것. 즉 어느 곳에서 숨 쉬면서 사느냐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코, 그리고 피부 속에 숨겨진 털구멍과 땀구멍이 숨 쉬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콧구멍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털구멍과 땀구멍으로도 들숨과 날숨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되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호흡을 통해 여섯 느낌을 알게되는 경우도 콧구멍을 통해서는 두 가지, 즉 향기와 독한 냄새, 가스 냄새를 맡을 수 있어요. 추움과 더움, 메마름과 습한 기운은 피부 속에 감추어진 엄청난 양의 털구멍과 땀구멍의 숨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 말고 이 여섯 가지를 기운을 통해 완전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과연 있는가. 원숭이, 고릴라, 유인원 등...
그런게 없죠. 사람만이 여섯 가지의 모든 것을 완전히 느낄 수 있도록 지능이 갖춰졌다는 것. 그래서 성·명·정, 삼진(三眞)을 온전히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촉 성색추미음저
觸 聲色臭味淫抵
이제 마지막으로 육체.. 우리들의 육체가 부딪힘을 통해서 느껴지는 여섯 가지 감각이 있는데 그것을 촉 성색추미음저(觸 聲色臭味淫抵)라고 했습니다.
성(聲)은 듣는 것, 색(色)은 보는 것, 추(臭)는 냄새 맡는 것, 미(味)는 맛보는 것, 음(淫)은 살갗이 닿는 것, 그 다음에 저(抵는 성기를 접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여섯 가지 기능은 천하고 귀하고 그런게 없어요. 그렇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몸이 귀하게 보이기도 하고 천하게 보이기도 하는 거예요. 이 여섯 가지의 육체적 기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게 그냥 몸에 나타나 버려요.
먼저 듣는 것. 이 듣는 것에 대한 사람의 욕심은 끊임없이 많습니다. 그 다음에 보는 것, 그 다음에 냄새 맡는 것, 그 다음에 먹는 것을 통해 맛보는 것.. 그 다음에 살갗이 부딪히는 것. 즉 서로 만지고 포옹하고, 그러니까 같이 춤을 추는 것.. 그걸 소위 양춤이라고 하는데, 양춤 같은 경우는 살갗의 접촉이 가장 예민하고 민감하게 접촉되는 것이죠.
살갗이 부딪힘을 통해서 바로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단 말이에요. 결국 그 느껴지는 감정들을 좋은 쪽으로 이어지게 하느냐 아니면 나쁜 쪽으로 이어지게 하느냐, 즉 자신의 육체를 귀하게 보존하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느냐, 타락하는 쪽으로 기울이느냐, 그건 그 사람의 생각에 달린 거예요.
사랑을 할 때의 그 접촉도 역시 마찬가지예요. 그냥 장난삼아 하느냐 아니면 진정한 사랑을 가지고 하느냐. 사랑의 행위를 장난삼아 하는 사람들, 너무나 많잖아요.
우리가 입을 통해 먹는 음식도 그래요. 어디 가니까 기가 막히게 잘하는 냉면집이 있다더라, 한번 가 보는 거예요. 먹고 나서 주위 사람들이 또 얘기하는 거예요. 정말로 어디는 더 맛있다더라, 또 가자.. 그럼 더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전에 먹었던 그 맛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거예요. 자꾸 새로운 걸 찾게 되는 거죠.
육체를 통한 사랑의 행위도 장난삼아 또는 놀이삼아하면 마찬가지예요. 어떤 사람하고 하룻밤 잤다, 그럼 좀 더 젊은 사람을 찾게 되고 점점 더 젊은 사람을 찾게 되다보니까 결국엔 자기 자식 나이와 같은 사람을 찾게 되지요.
그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느냐. 이 여섯 가지의 부딪힘이 그거인 거예요.
보는 거, 자꾸 욕심 생깁니다. 좋은 거 보면 더 좋은 거 보고 싶고 또 더 좋은 거 보고 싶고..
몸뚱이를 통해서 접촉되는 기능이 기본적으로 이렇게 여섯 가지가 있는데 과연 사람 말고 원숭이나 고릴라, 개, 이런 것들이 얼마만큼 느낄 수 있는가. 완벽하게 다 느낄 수 있는가.
물론 부분적으로 미세하게나마 어느 부분 느낄 수 있는 게 있겠죠. 그러나 여섯 가지 모든 접촉의 기능을 완벽히 실감나게 느끼는 건 역시 사람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사람은 성·명·정을 100%씩 온전하게 다 갖춘 거예요. 자, 그럼 이 얘기는 다 끝났습니다. 마음을 통해서 느껴지는 여섯 가지 경계, 기운을 통해서 느껴지는 여섯 가지 경계, 육체를 통해서 접촉되는 여섯 가지 경계..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이 열여덟 가지의 경계를 어떻게 써야 되느냐, 중요한 건 그거예요.
사람이 이것을 온전하게 100%씩 갖췄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 일단 주어진 것은 정말로 참 영광스러운 거고 - 이 주어진 기능을 가지고 활용하는 것까지 다 보장돼 있는 게 아니에요.
왜? 신이 인간에게 가장 그 귀중하고 소중한 그 무엇 하나를 주셨어요. 바로 자유라는 거예요. 자유의지.. 할 수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하는 것.
가장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어떻게 공부하고 노력해야 되느냐. 그건 사람마다 자유인거예요.
이 자유를 통해서 결국 바른 길로 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야말로 삿된 길로 빠지는 사람도 있지요. 선택은 전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자유에 달린 거예요. 제가 어떻게 구속 못합니다. 부모도 구속못해요. 단 참조, 어드바이스 역할은 해 줄수 있는 거라. 그 역할은 해주되 결정적인 역할은 못해줘요. 본인이 하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길로 인도해주고 가르쳐주고 참조해줘도 본인이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인간이 이 자유의지를 통해서 뭔가 자신을 알고 발견하고자 할 때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공부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