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년 가비능이 보도근을 유인하여 화친을 맺었고 이에 보도근은 설귀니와 부족민들을 모두 이끌고 가비능에게 의지하였다. 이것은 가비능이 위나라보다 더 좋은 실익(實益)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비능은 보도근을 끌어들여 오히려 위나라를 공격하게 함으로써 두 세력 동시 제거를 노렸다. 보도근은 병주를 침략하고 관원과 백성들을 약탈하자 위나라는 효기장군(驍騎將軍) 진랑(秦朗)을 보내 이를 맞아 싸우게 했다. 그러자 설귀니가 가비능에 반기를 들고 부족민들을 이끌고 항복했다. 위나라는 당시 문제가 죽고 명제(明帝)가 즉위한 시기였다. 명제는 설귀니를 받아들이고 귀의왕(歸義王)으로 삼았다. 그리고 당휘(幢麾-의장기의 일종), 곡개(曲蓋-수레를 받치는 대가 굽은 양산), 고취(鼓吹)를 하사하고 예전처럼 병주에 거처하게 했다.

한편 가비능은 보도근에게 설귀니의 배신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그를 처형했다. 그리고 군을 모아 다시 병주를 공격했다. 병주자사 필궤(畢軌)는 장군 소상(蘇尙), 동필(董弼) 등을 보내 가비능을 역공했으나 크게 패하고 소상, 동필 두 장군이 전사했다. 가비능이 이렇게 맹위를 떨치자 명제는 왕웅(王雄)에게 명을 내려 가비능을 암살하도록 지시했다.

234년 왕웅은 용사(勇士) 한룡(韓龍)을 보내 가비능을 살해했다. (『삼국지(三國志)』, 卷 三十,「魏志」, 三十,「烏丸鮮卑東夷傳」 第 三十, <鮮卑傳> [본문] 至靑龍元年, 比能誘納步度根, 使叛幷州, 與結和親, 自勒萬騎迎其累重於陘北. 幷州刺史畢軌遣將軍蘇尙、董弼等擊之, 比能遣子將騎與尙等會戰於樓煩, 臨陳害尙、弼. 至三年中, 雄遣勇士韓龍刺殺比能, 更立其弟. ) 그러자 가비능의 선비군은 바로 병주의 포위를 풀고 본래 지역으로 돌아갔다. 가비능이 죽고 나서 위나라는 더 이상 선비를 추격하지 않았다. 가비능은 분명 용맹하고 사리판단이 빠른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추진력과 많은 부족민들을 통솔하기에는 단석괴 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가비능은 한 종족을 이끄는 수장으로는 훌륭했으나 전체를 이끄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단 선비의 재건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단 선비는 위나라에 굴복하여 5호 16국의 혼란기에 이르기까지 위, 진에 직접적인 지배를 받았다.

『삼국지(三國志)』, 卷 三十,「魏志」, 三十,「烏丸鮮卑東夷傳」에 나타나는 가비능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가비능(軻比能)은 본래 소종(小種) 선비로 용건(勇健-용맹하고 굳셈)하고, 단법(斷法-재결,재단)이 공평하며 재물을 탐하지 않아, 무리들이 그를 추대하여 대인으로 삼았다...(중략)...가비능의 무리가 강성해져 공현(控弦) 10여 만기에 이르렀다. 매번 약탈하여 재물을 얻을 때마다 고르게 나누어주고 눈앞에서 한결같이 결정하여 끝내 사사로이 하는 바가 없었다. 이 때문에 그 무리들이 사력을 다하게 되었고 다른 부(部)의 대인들이 모두 그를 경애하며 꺼렸으나, 단석괴에는 미치지 못했다. (軻比能本小種鮮卑, 以勇健, 斷法平端, 不貪財物, 衆推以爲大人. 部落近塞, 自袁紹據河北 ...(중략)... 每鈔略得財物, 均平分付, 一決目前, 終無所私, 故得衆死力, 餘部大人皆敬憚之, 然猶未能及檀石槐也. )

단 선비 대인 승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