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련은 재능과 용력이 부친인 단석괴에 미치지 못하고 탐욕스럽고 음란하였다. 그리고 사리판별을 못하여 부족민들 중에 반기를 든 자가 절반에 이르렀다. 영제 말년에 후한 변경을 여러 차례 침략하고 북지(北地)를 공격했는데, 북지의 서인(庶人) 중에 노(弩)를 잘 쏘는 자가 있어 화련을 쏘아 죽였다. 단 선비는 화련이 죽자 퇴각하였고 화련의 아들인 건만(騫曼)이 아직 어려서 형의 아들인 괴두(魁頭)가 대신 즉위했다.

괴두가 즉위한 후, 건만이 장성하여 스스로 대인이 되었고 괴두와 나라를 갈라 서로 전쟁을 벌였다. 그렇게 되자 각 선비의 씨족들은 다시금 분열하기 시작했고 마침 괴두가 죽자 동생인 보도근(步度根)이 대인이 되어 선비의 융합을 기도했다. 그리고 기타 선비의 씨족과 부족의 대인들은 단석괴가 죽은 뒤로부터 대를 이어 서로 세습하고 있었다. 이러한 부분은 보도근이 융합을 기도하였으나 건만이 이를 거부하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런 틈을 타서 부여와 후한이 공격해오자 이를 막지 못하고 패하였다.

보도근(步度根)이 즉위한 후 선비의 세력들이 점차 쇠약해져 중형(中兄) 부라한(扶羅韓) 또한 수만 명 무리를 끼고 대인(大人)이 되었다. 마침 중원은 후한이 멸망 직전의 상황이고 조조(曹操)가 실권을 잡아 위왕(魏王)이 되어 있었다. 이에 조조가 유주(幽州)를 정복하자 보도근은 가비능(軻比能) 등과 함께 오환교위 염유(閻柔)를 통해 조조에게 공물을 바쳤다. 이것은 선비의 세력이 단석괴 이후 약해졌음을 뜻하는 것으로 조조가 선비를 공격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대군(代郡)의 오환 능신저(能臣氐) 등이 모반하여 부라한에 복속되기를 원하였다.부라한은 만여 기를 이끌고 그를 맞이했는데 상건(桑乾)에 이르자 능신저 등이 의논하기를, 부라한 부(部)가 강력한 세력이 아니라 대업을 이루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여 다시 사람을 보내 가비능(軻比能)을 불렀다.

이에 가비능이 만여 기를 이끌고 도착하자 함께 회맹을 결의했는데 회맹하는 곳에서 가비능이 부라한을 죽이고 부라한의 아들 설귀니(泄歸泥)와 부족민들을 모두 복속했다. 가비능은 스스로 설귀니의 부친을 죽였으므로 설귀니를 특별히 잘 대우하여 설귀니에게 식읍 1,000여 호를 내리면서 영지(領地)를 떼어주었다. 그러나 가비능은 이러한 일을 주군인 보도근과 전혀 상의 없이 처리하였기 때문에 보도근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나라 문제가 후한의 헌제에게서 제위를 양위 받아 위나라를 건국하자 전예(田豫)를 오환교위, 지절로 삼고 아울러 선비를 감시하여 창평(昌平)에 주둔하게 했다. 보도근이 사자를 보내 말(馬)을 바치자 문제가 보도근을 선비의 왕으로 인정하고 새(璽)를 주어 선비를 통치하게 하였다. 문제의 이러한 의도는 선비의 종족간 분열을 조장함과 함께 보도근을 복속시키며 북방 변경을 안정시키는 의도가 있었다. 그리고 문제는 선비의 세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이 때 선비를 제압하여 북방의 패자가 되려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는 가비능에게도 새(璽)를 주고 선비의 왕으로 봉하니 보도근과 가비능은 서로 공격하여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그러나 동족간의 이와 같은 전쟁은 보도근의 세력을 약해지게 만들었고 보도근은 만여 부락을 이끌고 위나라에 항복하였다. 문제는 보도근에게 태원, 안문군에 의지하도록 명했고 보도근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보도근은 가비능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사람을 보내 설귀니를 설득했다. 그런 상황에서 설귀니는 부락(部落)을 이끌고 보도근에게 귀부했고, 가비능이 이를 추격했으나 설귀니를 잡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224년 보도근이 낙양으로 들어와 공물을 바치자 문제는 후하게 상을 내렸다. 그리고 보도근은 변경을 지키며 약탈하거나 해를 끼치지 않게 되었다. 선비의 한 세력이 이렇게 위나라에 귀속되자 선비는 가비능에 의해서 다시 재통합되었다. 그리고 곧 위나라를 공격하여 변경을 약탈했고 그 세력은 점점 더 강성해져 단석괴 시기 때의 위용을 거의 되찾았다.

본 사진의 서책들은 1930~1990년 사이에 연구된 책자들로 중국에서나 구할 수 있는 매우 귀한 연구자료이다. 특히 1930년에서 1960년 사이의 자료들은 동북공정 기획 전의 자료들이라 꽤 양심적으로 연구해 놓은 자료들이 다수 있다.

본 책자는 12권으로 되어있어 분량이 상당하다. 이러한 연구자료들을 긁어모으면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

본 책자는 30권 전집으로 되어있어 분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시간 좀 투자한다면 당시 20세기 중엽 중국의 북방 민족 연구를 검토할 수 있는 충분한 토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