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발선비는 모용선비와 더불어 한민족과 관계 뚜렷한 선비의 씨족이다. 그리고 중원의 5호 16국의 시대를 종식하고 화북을 통일함으로써 남조의 송나라와 대치하여 남북조 시대를 이끌었던 국가인 북위(北魏)를 건설하기도 하였다. 모용선비가 한창 강성할 때 탁발의로(拓跋猗盧)가 서진(西晋)의 관작을 받고 대(代)나라의 왕으로 봉해졌을 때부터 실질적인 중원에서의 역사가 시작된다.

북위의 경우, 남북조 시대의 여명기에 해당되며 시간적으로 볼 때 전체 남북조 시대 역사의 85%를 차지한다. 북위에 대한 연구는 앞서 서술했던 탁발선비의 시원사와 출발과정을 그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한민족과 기타 선비부족, 원주민인 한족집단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으면서 화북의 강대국으로 부상하였고 시대적으로 남북조의 북조사(北祖史)라는 단위를 형성해 갔는지를 중요한 연구주제로 삼는다. 아울러 선비의 역사 중 대표적인 케이스로 보여 지는 탁발선비의 지배기 역사는 세계사와 동북아시아사적 보편성을 비추어 볼 때 어떠한 공통성과 특수성을 나타내며 발전해 왔는지를 밝히는 데에 있어서 북위의 역사에 대한 연구는 필수적이다.

특히 중기 선비 사회의 전반적인 성격은 선행하였던 한국사에서 고구려, 백제와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

기존 북위와 탁발선비에 대한 선행연구는 북위가 중국화 과정을 대상으로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 이에 관한 비판론과 문제 제기 없이 일반적인 고착화 현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 결과 탁발선비 선행연구자들 사이에는 북위와 탁발선비에 대한 연구를 주변적인 것, 또는 탁발선비의 통사적 연구가 뒷받침 되지 않아서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역사학적인 측면에서 일련된 사건 하나만을 가지고 역사를 전체인 것인 양 인식하는데 문제를 찾을 수 있다.

북위와 탁발선비에 대한 이해의 개괄적인 틀이 만들어진 것은 최근의 일로 2000년대까지의 상황은 중국인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답습하였던 주장들이 대거 실리는 수준이었으며 중국사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정체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2000년대 이후 점차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한국과 일본, 러시아, 몽골 등에서 주도적인 방향으로 북위사와 탁발선비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여러 중국학계에서 발표된 중국인 연구자들의 오류가 빈번하게 있던 주장들을 각자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북위와 탁발선비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개척되고 중국사로 편입하여 한정된 주제로만 관찰했던 기존의 공백들이 매워졌다. 그리고 선비사에 대해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게 되었다.

고고학적인 부분에서는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개방정책 등으로 곳곳에서 토목공사가 진행되어 수많은 유적들이 기초적인 조사도 이루어지지 못한 채 인멸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교적 대규모의 구제발굴이 진행되기도 하여 상당한 자료의 축적이 이루어지는 성과를 올리기도 하였다. 이 때부터 고고학적인 북위와 탁발선비에 대한 연구는 질적, 양적으로 팽창하게 되면서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발굴건수의 증가와 남북조 시대 연구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자들의 증대, 해외 연구자들의 증가 및 새로운 이론과 방법론에 관한 수용, 전반적으로 연구에 대한 체계들이 수립되기 시작하였다.

본 단락에서는 우선 탁발선비가 남하를 시작함으로써 형성된 중기 선비의 문화에 대한 연구, 그리고 탁발선비가 최초로 건국한 국가인 대나라, 북위에 대하여 통사적인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동위, 서위로 이어졌다가 수, 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할 것이다. 이러한 통사적인 부분과 문화적인 이해로 탁발선비에 대한 새로운 이해 및 구도를 잡아 앞으로 탁발선비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에 기초를 놓을 생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초적인 연구는 한민족사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에서의 고찰인 것이고 이에 대한 다양한 학설과 시각적인 역사 관점에서 견문을 넓혀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탁발선비의 시작, 대흥안령산맥의 후룬페이 초원

탁발선비의 시원인 내몽골 후룬패이의 알선동 동굴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