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르 신석기 문화 유적 분포 - 연해주와 극동 지역을 답사하고 연구한 간헐적 정리 (연구노트 서술 - 극동 문화와 한반도 문화의 연결을 중심으로 - )
GIL SUN JUNG
약 10,000년 전에 신생대 제4기로 빙하 시대를 말하는 홍적세(洪績世)가 끝나고 약 8,000년 전부터 현제까지의 기간으로 나타난 완신세(完新世), 혹은 홀로세(Holocene)가 시작되면서 아무르 강 유역과 극동 지역은 온난화 현상과 함께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특히 극동 캄차카 반도와 면해 있는 오호츠크 해 연안은 해안 지형이 리아스식 형태이고 기온이 점차 올라가면서 해수면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에 대해 바다의 높이는 현재보다 높았다는 견해와 높지 않았다는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 연해주 자이사노브카(Зайсановка) 조개 패총에서 마모된 조가비 층으로 볼 때 9,000~8,000년 전에 극동의 바다는 현재보다 5m 이상 높았다는 주장도 존재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은 지금이야 내륙이지만 당시만 해도 해안가였다는 근거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어 나타나고 있다.
현재와 비슷해진 기후 변화에 맞춰 새로운 동물과 식물이 아무르 강 지역에서 번성하였다. 특히 오호츠크 해 지역은 12,000~7,000년 전에는 기후가 급속히 따뜻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빙하기 동안에 생존하던 구석기인들과 달리 신석기인들은 후빙기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수렵 채집과 더불어 정착 생활을 하였다. 무엇보다 바다와 접한 극동 동해안 지역의 신석기인들은 생계를 위해 바다의 식량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해안을 중심으로 조개류가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 덕택으로 신석기 시대 조개 패총 유적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아무르 강 하구의 수추 섬 패총에서 큰 조개가 나타났고 보이즈만(Воизман) 유적이 조개 패총에서 큰 고동이 발견된 것은 당시 신석기 시대에 극동 지역의 기후가 매우 온난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된다. 또한 수추 섬 패총에서는 굴과 피조개 종류를 비롯한 40여 종의 조개류가 출토되어 극동의 신석기 인들이 어패류들을 다량 섭취하였음을 보여 준다.
신석기 인은 주요한 생계 수단 중 하나인 어로 활동을 통해 연어, 고래와 같은 대형 어류와 고래, 수달, 바다사자 등 해수 종류를 수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낚시 바늘, 작살 등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지역은 아무르 강 하구 지역의 콘돈 지역과 수추 섬 지역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좋은 자연 환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인근 아무르 강 하구 육지의 사슴과 멧돼지 뼈 등이 나타나는 것은 야생 동물들을 수렵하였음을 보여 준다. 게다가 리도프카 조개 패총에서 출토된 탄화 곡물 자료는 신석기 시대부터 조와 기장의 생산을 위하여 밭농사와 같은 초기 농경을 실시하였음을 보여 준다. 이에 콘돈 유적에서 자작나무 등과 초본 잡초 종류로 명아주속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기존 난류에서 채취된 온대성 식물들이 화석으로 확인된 것으로 볼 때 당시 극동 지역의 환경은 상대적으로 매우 온화한 기후였음을 알 수 있다. 이에 극동 지역의 식생도 아무르 강 하구 지역과 함께 당시에는 침엽수가 아니라 상록 활엽수림을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유적들에서는 또한 거주지(住居址), 집석유구(集石遺構), 무덤, 패총, 인골 등이 조사되어 신석기 시대의 사회상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아무르 지역 신석기 시대 유적과 그 출토 유물은 다음과 같다. 극동 지역의 신석기 시대 유적으로는 수추 섬 패총과 보이즈만(Воизман) 조개 패총, 리도프카(Лидовка) 패총, 오호츠크 패총, 카마(Кама) 패총, 쿰물(Кумул)패총, 프레오브라줴니에(Преображение) 유적, 흐물로브카(Хмыловка) 유적, 나호드카(Находка) 유적, 코즈미노(Козьмино) 유적, 키예브카(Киевка) 패총, 자포베드노에(Заповедное) 유적, 마약-오스트로브노이(Маяк-Островной) 유적, 글라즈코브카(Глазковка) 유적, 발렌틴(Валентин) 유적, 미로글라도보(Милоградово) 유적, 마르가리토보(Маргаритово) 유적, 올가(Ольга) 유적, 베셀리야르(Веселый Яр) 유적, 티모페브카(Тимофеевка) 유적 등이 존재하고 있다. 극동 지역은 아무르 강이라는 큰 강과 동해 바다와 접한 자연 환경으로 인해 신석기 시대 유적이 밀집하여 있다. 대체로 아무르 강 하구와 해안가, 섬에 형성된 패총들이 많지만, 미로글라도보(Милоградово) 유적과 같이 해발 813m, 타이가 지대임을 볼 때 비교적 고지에서 석기 종류가 발견된 경우도 있다.
수추 섬 패총은 극동에서 사할린 섬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패총은 오호츠크 해 일대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0년대부터 1990년까지 10여 차례 이상 조사된 수추 섬 패총은 아무르 강 동안과 강 유역의 신석기 시대 연구 기준이 되는 대표적인 유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B.C 4,500년 무렵인 신석기 중기의 움집에서 탄화된 보리와 조가 출토되어 신석기 시대 농경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사할린 섬 지역의 조몬(繩文) 토기와 흑요석이 다량으로 출토되어 바다를 통한 극동과 사할린 간의 교류를 증명해 주고 있기도 하다. 극동의 신석기 시대 문화유산으로는 움집 외에도 보이즈만(Воизман) 조개 패총과 같이 바위 그늘을 이용하여 일시적인 주거지로 사용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집석 유구는 돌을 모아서 원형 또는 장방형으로 만든 것과 긴 석축을 돌려서 원형으로 만든 것이 있는데, 이는 화덕 자리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집석 유구는 리도프카(Лидовка) 패총, 올가(Ольга) 유적, 키예브카(Киевка) 패총, 보이즈만(Воизман) 조개 패총, 티모페브카(Тимофеевка) 유적 등에서 조사되었다. 쿰물(Кумул) 패총과 미로글라도보(Милоградово) 유적에서는 인골이 검출되었는데, 이 지역의 무덤은 신석기 시대의 토광묘로 추정된다. 특히 미로글라도보(Милоградово) 유적에서는 총 73구의 인골과 다량의 부장품들이 조사되어 극동 신석기 시대 중에 가장 이른 시기의 매장과 장례 의식에 관한 연구에 획기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토광묘 내부에서는 조개껍데기를 비롯한 동물 뼈, 생선 뼈 등 풍부한 자연 유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신석기 시대의 식생활을 상세히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이 유적 군들에게서 나타나는 출토 유물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토기에는 단사선문, 압인문, 직선문 등이 새겨진 바리, 항아리, 단지, 굽이 달린 대부발(臺附鉢) 등이 있다. 토기 외에도 수렵 도구인 화살촉, 창촉, 어로용 도구인 결합 식 낚시 바늘, 작살, 창날, 어망추, 식물 채집이나 농경용 도구인 돌괭이, 돌보습, 갈돌, 갈판, 공이, 생활 도구인 돌도끼, 돌끌, 돌망치, 숫돌, 송곳, 뚜르개, 조개 칼, 뼈 바늘, 뼈 침, 뼈 톱과 장신구, 토우, 조개 가면 등의 다양한 신석기 중, 후기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극동 지역은 수렵과 어로, 채집을 중심으로 생활하던 신석기 시대 주민들에게 적합한 자연환경으로 인하여 다른 어느 지역보다 유적과 유물이 풍부하게 나타나며 극동과 한반도를 이어주는 신석기 시대 연구를 선도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