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미트라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스승이시여, 결혼이란 무엇입니까."
그가 대답했다.
그대들 부부는 함께 태어나 평생을 함께 보낼 것입니다.
새하얀 죽음의 날개가 그대들의 세월을 흩어지게 할 때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아아, 그대들은 신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도 함께할 것입니다.
그러나 함께하는 순간에도 서로 거리를 두고, 하늘의 바람이 그대 둘 사이에서 춤추게 하십시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십시오.
허나 사랑의 서약은 맺지 말기를.
바다가 그대들 영혼의 해안 사이에서 물결치게 하십시오.
서로의 잔을 채우되 한 잔으로 같이 마시지는 마십시오.
서로에게 자신의 빵을 주되 한 덩어리를 같이 먹지는 마십시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되 서로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십시오. 마치 기타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에 함께 떨릴지라도, 서로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서로 마음을 주되 서로의 마음을 가지려 하지 마십시오.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함께 서 있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마십시오.
사원의 기둥이 서로 떨어져 있듯이, 참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도 서로의 그늘 아래서는 자라지 못하는 법입니다.
*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1883 ~ 1931)
*《예언자》pp19~20, 2015년, (주)미르북컴퍼니, 유정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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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성서로 불리는 "예언자"는
칼릴 지브란의 20년 사색을 거쳐 1923년 빛을 본 작품입니다.
국내에는 1975년 처음 번역 소개되어
많은 독자를 확보하며 큰 감동을 선사한 바 있습니다.
이 글은 홀로 선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해줍니다.
인간의 철저한 "개체"적 존재로서의 자각은
"전체"를 이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유일무이한 자신의 가치를 깨달음으로써 타인은 물론
존재하는 모든 사물 또한 동등하고 영원한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로울지라도, 아플지라도,
깨닫기 위해서는 결국 홀로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이미 결혼한 부부 사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