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我)란 너와 내가 따로 없는 그런 나를 말하지요. 석가모니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말씀 있잖아요. 현상뿐만 아니라 모든 것 속에 배태되어 있는 하나의 생명, 그것을 얘기하신 거죠. 해월 선생 말씀도 그거죠. 전 우주에 편재해 있는 생명, 한울님, 그것이 내 안에 있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어디를 향해서 절하느냐 하는 말씀이란 말이죠. 해월이 말하는 향아설위에서 나[我]는 현상적인 나이면서 또 그 안에 있는 진짜 나는 한울님 아(我)란 말이야."
"이천식천(以天食天),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는 말씀이지요. 천주교에서는 의식을 하고서는 축성을 한 다음에 그게 예수님의 몸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그건 풀이로 보아서 한참 모자라는 거지. 해월 이야기로는 하늘이 하늘을 기르는 거니까 뭐 기도드리고 말고도 없는 거지. 해월 이야기로는 하늘이 하늘을 가르는 거니까 기 도드리고 말고도 없이, 이미 하늘이야. 그런데 우주가 존재하지 않으면 나락 하나가 안 되잖아요. 나락이 작다고 해서 그게 결코 작은 게 아니지. 나락 한 알에 우주가 함께하신다고, 그러니 지금 우리가 다 한울이 한울을 먹고 있는 거란 말이지. 엄청난 영광의 행사를 하고 있는 거 아닐까?"
"해월은 밥 한 그릇을 알게 되면 세상의 만 가지를 다 알게 된다고 말씀하셨지요. 저는 멍텅구리라서 뭔 얘긴가 하고 수없이 더듬어봤어요. 그런데 그게 다른 얘기가 아니야. 풀 하나 돌 하나 예를 들어서 나락 하나도 땅과 하늘이 없으면 나락 하나가 되지 않는다 이거예요. 그 나락 하나가 우주 없이 될 수 있느냐 이 말이에요. 바로 그 나락 하나는 하늘이다 이거야. 그래서 해월은 이천식천(以天食天), 하늘이 하늘을 먹는다는 말씀을 하신 거예요. 이 말은 우리 가 다 하늘이다, 이거야, 우리 안에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영원한 아버지께서 함께하신다 이 말이야."
* 장일순(无爲堂 張壹淳, 1928~1994) *《장일순 평전, 무위당의 아름다운 삶》pp315~316, 2019년, 도서출판 두레, 김삼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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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한국의 인물을 연구해서 평전으로 엮어내고 있는 金三雄(1943 ~ ) 선생의 저서입니다. 1980년대 광주로 민주화의 중심이 옮겨가기 전인 1970년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선구이자 성지로 불렸던 원주에서 池學淳 (1921~1993) 主敎와 함께 독재 반대투쟁을 이끌었던 재야 정치가이자, 학자, 생명운동가인 장일순 선생.
그의 출생에서부터 정치운동, 민주화 운동, 투옥, 생명 운동가로의 전환, 협동조합 운동과 사망에 이르기까지 선생의 강연내용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묶은 전기작품입니다.
장일순 선생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언행일치를 실생활에서 실현한 몇 분 안되는 사상가이며 ''걸어다니는 동학'으로 불릴 정도로 海月 崔時亨(1827~1898)의 東學思想을 깊이 연구한 학자였으며, 老莊思想에도 일가견이 있어 수 많은 강연을 통해 후학에게 훌륭한 가르침을 전한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즐기지 않아 늘 후원하는 뒷편에 머물렀고 평생 저서 한 권 남기지 않았지만, 선생의 강연을 요청하는 사람들과 자택을 찾아 가르침을 청하는 사람으로 집앞이 늘 문전성시였습니다.
일찌기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조부의 친구이자 독립운동가이며 書藝와 蘭草畫로 명성을 날리던 朴基正(1874~1949) 선생으로부터 서예를 배웠고, 후에 그것을 발전시켜 독창적인 无爲堂體를 확립하고 정감있는 蘭草作品을 전시회 등에 기부함으로써 형편이 어려운 이웃과 민주인사들을 도와주기도 한 시대의 양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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