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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jpg 김응렬  생각없이 읽는 철학
 
  [多夕日誌 공부 - 2] 이끗 온끝
  
   작성자 : 김응렬
작성일 : 2020-10-25     조회 : 1,030  


1955. 5. 22 일요일 맑음 340일 전

 

유영모 선생이 1955년 4월 26일부터 1974년 10월 18일까지 

일기처럼 적어놓은 명상과 사색의 결과물 "다석일지" 네 권.

선생이 남긴 유일한 육필 원고입니다.

 

한문, 한글, 우리 고유말, 고어에다 그림과 도형 등이 마구 섞여있어 

선생 당신이나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난해한 글들이 수수께끼, 

암호처럼 선생의 자유분방한 필체로 일지에 빼곡하게 들어 있습니다.

 

날자 오른 쪽 끝에 적힌 "340일 전"이란,

1956. 4. 26을 죽을 날로 정하고 거꾸로 날자 계산을 해서 이날이 

340일 전이라는 뜻이니, 이제 남은 생이 340일 남았다 생각하신 것이지요.

 

선생이 이 세상에 태어난 날로부터 이 날까지 세면 23,811일 입니다.

 

선생의 메모를 풀이해 보자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끗"인 나는 "맨 첨"부터 "온 끝"인 하느님과 "함께" 있었던 존재.

 

하느님과 "말씀"을 생각하며 우주원칙을 따라 사는 "올 끈이" 로 

함께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입니다.

 

"物存在中心"

물질은 마음에 뚫려 있고,

 

"命存在上元"

얼은 하느님께로 올라감.

 

마음 가는 곳에 몸이 따라가는 것.

눈에 보이는 물질의 세계보다, 그 뒤에 있는 마음의 세계가 소중함.

 

얼은 본시 하느님 세계에 있던 것.

잠시 머물다 갈 유한의 세계에 집착하지 말 것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990년 도서출판 홍익재에서 펴낸 후 지금까지 절판인 상태로 

이제는 구하기조차 어려운 책이 되었습니다.

 

몇 천 년 전부터 내려오던 이 땅의 유구한 전통사상이 

1860년에 이르러 최제우(1824 ~ 1864)의 깨달음을 통해 다시 빛을 보였고,

 

유영모(1890 ~1981) 선생의 수 십 년에 걸친 각고의 사색과 명상을 통해 

우리 글로 표현된 아름다운 신관, 인간관, 세계관으로 재탄생 하였습니다.

 

우리 것의 알짬으로 가득찬 소중하고 소중한 이 책이 

새롭게 출판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배달문화원 (20-10-26 21:03) 답변
글씨를 참 잘 쓰셨네요...한글은 컴퓨터 서체 같아요...^^
김응렬 (20-10-26 21:09) 답변
네... 필체도 좋은 분이셨어요.
이렇게 펜으로 직접 꾹꾹 눌러 쓰신 자료가 남아 있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인간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배달문화원 (20-10-30 20:00) 답변
저도 그런 느낌이 들어 좋네요...우린 얼마나 후손들을 위해 이러한 개념들을 남기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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