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 백공 종사님의 천 부 경 강 의(18)
- 이 강의는 단기4328년(서기1995년) 봄에 8주간
부산 전포동 학당에서 말씀하신 것을 녹취한 것입니다.-
‘그러면 저 사람들에게, 들을 수 있으니 이 꽃에 대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구구절절이 귀로 들을 수 있게끔 가르쳐 주어야겠다.’ 그 방법 밖에 없더란 거예요. 그래서 일단 꽃을 가만히 한구석에 놓아둔 거예요. 왜? 자기가 애써 그 꽃을 들고 보여줄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얘기를 하기 위해서 이 꽃에 뭔가 이름을 붙여야 되겠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꽃에다 하얀 보자기를 뒤집어씌우고 나서 꽃에 이름을 붙인 거예요. 뭐라고 이름을 붙였냐고 하면 ‘한’이라고 했어요.
물론 ‘한’ 말고도 얼마든지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거예요. ‘들’이라고 붙일 수 있고, ‘불’이라고도 할 수 있고, ‘산’이라고도 붙일 수 있고.......여러 가지 붙일 수 있는 거예요. 일단 ‘한’이라고 붙이셨어요. 천산(天山)에서 내려오신 그 도인께서.... 물론 지금 얘기한 그 눈동자라고 하는 것은 우리들 육신(肉身)이 갖고 있는 눈동자가 아니라 마음의 눈동자입니다.
자! 그렇다면 천산에서 내려오신 우리네 조상이신 그 분만이 이 귀한 꽃을 보고 이름을 붙였는가? 아닌 거예요. 단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그 꽃을 보고 이름을 붙이신 분이 우리 조상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 꽃을 봤어요.
인도의 어떤 선각자는 그 꽃을 보고나서 이름붙이기를 한문 상으로 표현할 때 ‘불(佛)’이라고 했어요. 그 다음에 이스라엘의 어떤 선각자는 그 꽃을 보고서 ‘야훼’라고 이름을 붙였고......
그러면 그 꽃을 보고서 이름을 붙였을 때, 꽃은 한국 사람이 봤건, 중국 사람이 봤건, 인도 사람이 봤건 내나 그 꽃이 그 꽃인 거예요. 꽃이 다른 것은 아니란 말이에요. 근데 역시 분명히 이름이 다르다고 하는 거예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 우리말로 엄마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일본말로 하면 ‘오까상’이라 하고 영어로는 ‘마더’, 애들은 ‘마미’, 프랑스 말로는 ‘마마’......그런데 ‘마마’나 ‘마미’나 ‘마더’나 ‘오까상’이나 ‘어머니’나 다 똑같은 사람이에요.
말이 분명히 다른 것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쓰다보니까 역시 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거예요. 근데 이 말이 똑같은 언어를 쓰는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거예요. 어머니를 어무이! (웃으시며) ‘어무이’라기도 하고 ‘엄마’, ‘어메’, ‘엄씨’, ‘엄니’, 북한에서는 ‘오마니’라고 하지요. 같은 한국말인데도 이렇게 다르단 말이에요. 즉 사투리인데....
그렇지만 결국 뜻은 똑같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 할아버지께서 천산에서 진리를 깨닫고 일단 그 진리에다가 이름을 붙이기를 ‘한’이라고 붙였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이라는 그 말을 생활 속에서 아주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근데 사용하고 있는 이 ‘한’이 붙여진 단어들을 한번 정리해보니까 한 열 몇 가지가 나와요. 그 중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단어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먼저 ‘시작’입니다. 시작이라고 하는 것은 제일 처음이고 으뜸입니다. 수(數)의 시작은 하나죠. 한 개, 두 개, 세 개 할 때 ‘한’은 시작이라고 하는 거예요. 모든 것의 시작을 표현 할 때 ‘한’입니다. 그 다음에 ‘크다’입니다. ‘굉장히 크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한바다’, ‘한비’, ‘한길’. 엄청나게 큰 바다를 ‘한바다’라고 하고 큰 비 올 때를 ‘한비 온다’고 해요. 큰 대로(大路)를 ‘한길’이라 하고....
그리고 ‘아주 높은’, ‘우두머리’의 뜻도 있어요. 이 뜻으로 쓰일 때에는 ‘칸’이라고도 합니다. 사실 이 ‘칸’이라고 하는 말은 지금도 동북아시아에서 그대로 쓰고 있죠. 옛날에 돌궐, 몽고, 원나라, 요나라. 그 나라에서 가장 큰 어른, 임금이죠, 최고의 어른을 ‘칸’이라고 불렀어요.
징기스칸의 ‘칸(汗)’이 바로 그런 뜻이에요. 그러면 그 ‘칸’이라고 하는 말의 어원(語源)이 무엇이며 어디에서 흘러내려와 접목이 되었는가? 했을 때, 우리말의 ‘한’입니다. 그 ‘한’을 좀 더 동(動)적인 의미로, 격렬한 뜻이 첨가되어서 ‘칸’이 됩니다. 음(音) 자체가 조금 격렬해졌을 때 ‘한’이 '칸‘으로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이 으뜸이고 중심이고 어른이므로 ’칸‘이 그 나라의 최고의 어른을 칭하는 말로 쓰인 거예요.
그 다음에 ‘중심(中心)’입니다. 중심 중에서도 중심을 말해요. ‘한복판’은 복판 가운데서도 가장 복판이란 뜻이에요. 그리고 ‘한가운데’는 가운데 속에서도 가장 가운데를 뜻해요. 그러니까 가장 핵심(核心)인 거예요. 가장 중심 가운데서도 핵심을 ‘한가운데’라고 해요. 이 역시 ‘한’이라고 붙였죠.
그 다음엔 ‘가장 깊은 곳’입니다. 여기서 ‘깊다’고 하는 것은 밑으로 내려가는 깊이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 가운데서도 핵심을 말해요. 가장 깊은 것을 뜻으로 쓰인 말로 ‘한여름’, ‘한더위’, ‘한겨울’, ‘한추위’, ‘한밤중’, ‘한낮‘ 등이 있어요. 우리가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여름을 ’한여름‘이라고 합니다. 더위도 그래요. 가장 더울 때를 ’한더위‘라고 하고 가장 추울 때를 ‘한겨울’, ‘한추위’라고 합니다. 밤중 가운데서도 가장 깊은 밤중을 ‘한밤중’이라 하고 밝은 대낮을 ‘한낮’이라고 그래요.
그 다음에는 ‘통일(統一)’이라고 하는 의미도 있어요. 통일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을 그냥 모으는 것이죠. ‘한곳’으로 모은다는 것이에요. ‘한 사상’으로, ‘한 생각’으로 모든 것을 통일시킨다는 의미가 있어요. ‘하나로’.....
그 다음에는 ‘꽉 차다’는 뜻도 있습니다. ‘꽉 차다’는 것은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거예요. 이것을 ‘꽉 차다’고 해요. ‘꽉 차다’는 말은 ‘한아름’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도 않고 꽉 찬 것을 ‘한아름된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변함이 없다’는 뜻이 있어요. 그걸 한결같다고 합니다. 꾸준하다고 하는 거예요.
그 다음에 ‘시작과 끝을 통 털어서’라는 의미도 있어요. ‘한평생’, ‘한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할 수 있어요. 시작과 끝을 통 털어서 우리말로 ‘한뉘’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 ‘개체(個體)’를 말 할 때도 있어요. 한 개, 두 개, 세 개 할 때 쓰죠.
또한 ‘전체(全體)’를 표현하는 뜻도 돼요.
‘한다발, ’한묶음‘이라고 하죠.
이렇게 되었을 때 ‘한’이라고 하는 말이 덧붙여진 단어들 속의 개념들을 열거하고, 우리말로 쓰여진 그 뜻을 정리해봤을 때 대충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으뜸이요 그리고 가장 크고, 가장 높고, 가장 깊고, 통일이고, 변함없고, 시작과 끝이고, 개체와 전체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이렇게 다양한 의미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 이 우주에 있다고 할 때 과연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단 하나밖에 없어요.
우리가 보통 그것을 진리(眞理)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이 진리라는 말을 또 여러 가지 말로 다양하게 표현해요.
불교에서는 불성(佛性)이라고도 하고, 자성(自性), 여래(如來), 여래장(如來藏), 근본(根本), 청정법신(淸淨法身), ‘그 놈’, ‘주인공’, ‘부처님’...등등 꽤 많은 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톨릭에서는 ‘천주님’, 한얼교나 대종교에서는 ‘한얼님’, 증산도에서는 ‘상제님’, 천도교에서는 ‘한울님’, 도교에서는 ‘도(道)’, 이슬람교에서는 ‘알라‘, 흰두교에서는 ’브라흐만‘, 우리나라 전통신앙 차원에서는 ‘하느님’, ‘하나님’, ‘천지신명(天地神明)’, ‘옥황상제(玉皇上帝)’, ‘한님’....등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에 대한 말과 인격체로써 갖추어진 이름들을 모두 찾고자 한다면 이 강의 끝날 때까지 찾아도 아마 다 못 찾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그 진리를 깨닫고 ‘한’이라는 말로 표현한 거예요. 영원한 것이죠.
영원이라는 의미를 붙일 수 있는 것은 무시무종(無始無終)의 ‘한’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