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조금 아까 이야기했듯이 그렇게 수없이 많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사서들이 없어진 수난사를 겪으면서도 그래도 그 책들이 꾸준히 전해져 내려 왔던 것은 역사적 흐름의 큰 줄기는 그 어떤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조선총독부의 총 동원령에 의해 그 책들을 거두어 보니까 일본 사람들이 아닌 게 아니라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거예요. 도대체 조선 사람들의 그 정신이 어디에 있길래 이렇게 많은 중요한 책들을 가지고 있었는가? 한 것입니다.
그 래서 20만 권이라고 하는 그 책들을 거두어 가지고서 소위 조선사라고 하는 역사책을 만들기 위해 조선총독부에서 조선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한 것입니다. 그리고 편찬위원회는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을 같이 구성시켜 놓았어요. 그 때부터 총독부에서 본격적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책으로 엮어놓기 시작한 거예요.
엮어놓았는데 제일 처음 첫머리에 우리 민족의 역사 부분을 어떻게 썼느냐고 하면은.....단군신화(檀君神話)가 나옵니다.
그 이전에는 단군신화라고 하는 말이 없었어요. 일제 시대 이전에는......
그런데 가만히 보면은 왜 단군신화(檀君神話)라고 하는 것을 일본 사람들이 만들었냐고 하면은......단군이라고 하는 사람을 실존 인물로 만들어 놓으면 즉 조선사라고 하는 그 책을 편찬할 때에 실존 인물로서의 단군에 관계되는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책에 써버린다고 하면 조선 사람들이 자기네 역사에 긍지를 갖고서 일본사람들에게 대든다는 거예요.
즉 조선 민족의 역사는 반만년의 역사이고 일본 역사는 2000년 밖에 안 되니까 역사성을 따진다고 하면 그들보다 3000년 이상 기나긴 역사를 가졌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역사의 뿌리를, 조선 사람의 역사의 뿌리를 자기네 나라 일본 사람들의 역사와 똑같은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단군 조선의 시대를 완전히 신화로 만들어버린 거예요.
그러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신화로 만들었느냐? 사실 그 이전까지는 단군에 관계되는 기록들이 굉장히 많았었습니다.
너무나 많았는데 그 중에서 한 권의 책을 선택한 거예요. 일본 사람들이 어떤 책을 선택했느냐고 하면 삼국유사라고 하는 책을 선택한 것입니다.
단군에 관한 기록이 남겨져 있는 많은 책들 가운데서, 단군이라고 하는 사람을 가장 비현실적인 인물로 기록되어 있는 문구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던 거예요.
즉 <삼국사기>는 아예 단군이라는 말도 없고 단지 단군 시대 일부분만을 조금 이야기해 놓았고, 그 다음에 단군에 관한 기록들을 살펴보아 가만히 보니 자기네들이 의도적으로 꾸며 보았을 때 신화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근접한 내용이 <삼국유사>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자기들이 봤을 때 <삼국사기>는 완전히 중국식으로 기록이 되어버렸고, 그리고 <삼국유사>는 불교식으로 기록이 되어있어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통해서는 우리 민족의 뿌리를 확실하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을 파악했던 거예요.
이미 유교나 불교 사상으로 색깔이 뒤집어 씌워져 기록이 되어있는 것이었어요. 그러면 이 <삼국유사>에 나와 있는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은 신화(神話)로 꾸밀 수 있는가?
<삼국유사> 고조선 조를 읽어보면 <위서(魏書) 운(云)> 하는 구절과 <고기(古記) 운(云)>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위서(魏書)라는 역사책에서 말하기를>, <고기(古記)라는 역사책에서 말하기를> 하는 뜻이겠지요.
< 위서(魏書)>는 위(魏)나라의 역사책이고 고기(古記)는 어느 나라 역사책을 인용했는지는 뚜렷한 증거는 없지만 고구려 역사를 보면 고기(古記)라는 사서(史書)가 있었다는 기록을 보았을 때 고구려 역사책을 인용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는 거예요.
그러나 총독부의 조선사편찬위원회에서 고기(古記)를 들먹이며 제일 처음에 나와 있는 기록 가운데 글자 한 자를 바꾸어 버린 거예요.
어떤 자를 바꾸었냐고 하면은..... <삼국유사> 고조선 조에 보면 ‘고기 운(古記 云)’ 하는 게 있습니다. 즉 ‘이미 옛날부터 있던 그 책에 의하면’ 이란 뜻이지요.
그 다음에 ‘석유한국(昔有桓國)’이라고 했습니다. 석(昔)이라고 하는 것은 옛날이에요. 옛날!
즉 ‘옛적에 한나라라고 하는 것이 있었는데’ 라는 뜻입니다.
여기의 한국이라는 글자에서 국(國) 자를 인(因) 자로 바꾸어 버렸어요.
(일어나셔서 분필을 쥐고 칠판에 글을 쓰시곤....)
국(國) 자의 가운데 부분을 긁어버리고 인(因) 자로 바꾸어 버린 거예요. 그렇게 되면 ‘석유한인(昔有桓因)’ 즉 ‘옛날에 한인이 있었는데’ 란 뜻이 됩니다.
여기서의 한인(桓因)이라고 하는 것은 한인(桓仁) 천제 할 때의 인(仁) 자가 아니라 이 인(因) 자입니다.
국(國) 자의 바깥 네모는 놔두고 가운데 안에 있는 부분을 지워버리고서 인(因) 자로 만들어 버린 거예요. 그렇게 되었을 때 ‘옛날에 한나라가 있었는데’ 하는 이 구절이 완전히 없어져 버린 것이죠.
그리고 나서 여러 가지 내용들 가운데 어떤 부분을 가장 신화적인 것으로 꾸몄냐고 하면 .....(다시 분필을 쥐시고서).....이건 삼국유사 안에 있는 하나의 기록입니다.
‘재세이화 시유일웅일호(在世理化 是有一熊一虎)‘라는 게 있어요. 이 부분의 이 웅(熊)과 호(虎)를 동물로 둔갑을 시켜버린 거예요.
한 마리의 곰과 한 마리의 호랑이로....
<삼국유사>에 나와 있는 고조선 시대의 기록을 보면 내용상으로 보았을 때 거기에 한 마리의 곰과 한 마리의 호랑이가 나올 수 있는 아무런 이유가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 한문으로 된 저 부분을 완전히 신화로 꾸며버린 거예요.
일본 사람들이 신화로 꾸며버리고 나서 ‘단군은 신화니까 역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단군 조선 이후에 위만 조선이라고 있는데, 위만 조선의 역사를 삼아도 자기네 역사보다도 더 길단 말이에요.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위만 조선은 중국의 연나라 장수가 세웠기 때문에 그게 어디 한국사이냐? 그것은 중국의 역사이다. 그러니 위만 조선도 한국사와는 관계없는 것이다.’하고 말하게 돼요.
사실 위만 조선이라고 하는 것은 뭐냐고 하면 단군 조선시대에 조금 떼어 준 거예요.
변방으로 좀 떼어 준 거.....
위만 조선이 우리 조선의 중심적 역할을 했던 그 조선이 아니란 말이에요. 위만이나 연(燕)나라나 사실 똑같은 배달겨레의 후손이고 제후국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도 연나라 장수와 관계된 문헌상의 기록을 근거로 그것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그것도 너희 나라 역사가 아니다라고 한 거예요.
그렇게 되니 결국 조선 역사는 삼국 시대부터역사의 뿌리가 시작되는 걸로 되어버린 거예요. 그렇게 될 때 일본 역사와 거의 비슷하게 된다는 것이지.